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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12호_분쟁전략] 지식재산권 분쟁, 중재로 해결할까? 소송으로 해결할까?
등록일 2015. 10. 12.

[뉴스레터_지식재산권_12_분쟁전략]

 

지식재산권 분쟁, 중재로 해결할까? 소송으로 해결할까?

 

 

 

윤복남 변호사

 

최근 자문기업이 보내 준 계약서를 검토하다가 이런 문구를 보았다; “본 계약에 관한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한다.”

 

중재 또는 재판으로 해결한다는 계약조항의 해석

 

아마도 계약서 초안 작성자는 이후 분쟁발생시 당사자가 중재나 재판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작성한 것 같았다. 필자는 이에 대해 중재와 소송 중 하나를 미리 선택하여 계약서에서 하나로만 정하도록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선택적 중재합의 조항은 분쟁해결 방식을 무엇으로 할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두는 것이라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2003318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조항을 조건부 중재합의로 보고 한쪽 당사자가 중재를 신청하여, 상대방이 이를 이의 없이 중재절차에 임한 경우에는 유효한 중재합의로 보고, 상대방이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주장하면서 중재에 의한 해결을 반대한 경우에는 중재계약으로 효력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에서 분쟁을 중재로 해결할지, 소송으로 해결할지에 대해 논쟁하느라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수 있다. 따라서 분쟁시 중재로 해결하기를 합의하는 경우에는 소송을 배제한 채, ‘종국적 분쟁해결을 중재로 한다는 중재합의를 명시적으로 도입하기를 권한다.

 

지식재산권 분쟁, 중재로 해결할까? 소송으로 해결할까?

 

그럼,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 중재와 소송의 장단점은 어떻게 다를까? , 어떤 경우에 중재가 유리하고, 어떤 경우에는 소송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위의 질문에 대해 하나만의 답만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중재가 소송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시간도 절감된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하나, 반대로 단 한 번의 판정으로 종결되고 불복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고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되는 분쟁에서 돌이킬 수 없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일정한 조언을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분쟁에서는 중재를 적극 고려하라. 특히 국제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경우, 지식재산권 보유자와 실시자가 서로 다른 나라에 속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나라의 재판관할로 정하기에 마땅하지 않고, 설령 이를 정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집행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국판결에 대하여 집행판결을 얻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재에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뉴욕국제중재협약(원문은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이 체결된 국가들 사이에서는 외국 중재기관의 중재판정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집행하기에 상당히 쉬운 편이다. 참고로 중재계약시 거래당사자가 속한 어느 한 나라의 중재기관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신뢰도가 높은 제3국 중재기관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둘째, 중재를 선택하여 사건이 시작된 경우, 전문적 중재인에게 배당되도록 최선을 다하라.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의 경우,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중재인의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중재절차 진행에 상당히 애로가 많다. 소송에서는 패소하더라도 2, 3심이 있는 반면, 중재에서는 중재판정 취소소송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될 뿐이다(실무적으로는 아예 어렵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중재인 선정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복잡한 분쟁인데 중재로 진행되어 이후 불복이 곤란한 경우가 예상될 때에는 소송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필자가 피신청인 대리인으로 참여했던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중재인은 수 차례나 심리를 열면서 양쪽의 타협을 권유했다. 그런데, 해당 조정안은 피신청인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안이었다. 그러나, 중재인이 적극적으로 조정을 권유하여 부득이 조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중재보다는 소송이 나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반면, 다른 사건 경험도 있다. 계약서 상으로는 불리하였으나, 중재인이 구체적 타당성을 꽤나 깊이 연구하여 중재판정을 해 준 덕분에 적정한 금액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받을 수 있어서 중재가 매우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반드시 중재가 낫고, 다른 경우에 반드시 소송이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쟁전략에서 중재와 소송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계약체결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해서 답을 내려야 하므로 위와 같이 조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