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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13호_정보통신 칼럼] 빅데이터와 거버넌스
등록일 2015. 11. 16.

[뉴스레터_지식재산권_13_정보통신 칼럼]

 

빅데이터와 거버넌스

 

 

 

윤복남 변호사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거의 모든 정보가 빅데이터화되어 분석될 경우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빅데이터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정보주체(인터넷 이용자들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는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빅데이터의 수집, 이용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 침해를 어떻게 방지하고, 적정한 관리, 감독을 할 것인가가 큰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판교에서 열린 2015 빅포럼에서 빅데이터의 위험을 관리할 국제 거버넌스의 구축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빅데이터 이용에 관한 관리,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거버넌스 이슈이다. , 빅데이터의 수집, 이용에서 비식별화의 기준, 빅데이터 수집, 이용과정에서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필수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제 집행가능한 정책을 만들려면 이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과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체계와 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바로 거버넌스 이슈이다.

 

필자는 그 동안 인터넷 도메인이름 관리에서 유용하게 활용된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즉 다수 이해당사자간 협의 방식에 의한 멀티스테이크홀더(multi-stakeholder) 모델을 빅데이터 거버넌스에서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통상 국내 정책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위계형 거버넌스, 즉 하향식(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체계이다. 일정한 민간자문 절차를 거치되, 정부에서 결정하는 통상적인 국내 정책들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한편, 국제관계에서는 다자간 협의 모델이 고려될 수 있다. 마치 UN과 같이 각 나라들의 협의에 의해 국제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인데, 이는 전기통신 정책에 대해 ITU가 결성되어 활동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그런데, 멀티스테이크홀더(multi-stakeholder) 모델은 이러한 접근과 달리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방식이다. , 다양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들이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출하고, 투명하고, 공개된 의사수렴 절차를 거쳐서 합의에 기반하여(consensus based)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방식이 어떻게 가능할까 의문을 생길 수 있는데, 도메인이름과 IP 주소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 이러한 모델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도메인이름에 대한 이해관계자인 도메인 등록기관, 인터넷 관련 기업, 정부, 이용자, 학계, 기술계 전문가들이 각 그룹별로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조직을 만들어서 참여하고, 정책을 의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방식은 ITU가 국가간 합의(통신규약)에 의해 국제전화망을 운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오히려 민간(기업, 학계, 기술계, 이용자 등)이 주도하고, 거기에 정부도 참여(또는 자문)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민간 주도 발전의 역사를 가진 빅데이터의 관리 역시 인터넷 도메인이름 운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연혁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더욱 유의할 것은 공공성 및 전문성의 강화라고 본다. 일반 도메인이름 정책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할 규제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여 이용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빅데이터의 수집과 이용, 비식별화의 정도, 국가간 정보이동 등 많은 이슈들에 대해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많은 참여가 보장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전문가는 빅데이터 운용에 관한 기술전문가 이외에도 정책이나 법률 전문가, 이용자 및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할 체계를 구축할 거버넌스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의미한다.

 

이미 빅데이터의 활용은 대세이다. 그렇다면, 이미 대세가 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해 경계만 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현실적으로 빅데이터의 악용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그 중 하나인데, 상당한 역사를 갖고 형성해 온 도메인이름 분야의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도입은 특히 의미있다고 본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 아래로부터의 상향식인 투명하고 공개적인 의견수렴 과정, 합의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갖는 장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