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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헌법]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등록일 2018. 06. 29.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김윤기 변호사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현역 또는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들로,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 또는 소집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재판계속 중 병역법 제5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 또는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기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한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및 서울북부지방법원 등은 위와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 계속 중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이하 ‘병역종류조항’) 및 제88조 제1항(이하 ‘처벌조항’, 병역종류조항과 처벌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심사하게 되었는데, 그 심판대상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징집이나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
        나.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으로 임용 또는 선발된 장교∙준사관∙부사관 및 군간부후보생
    2. 예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현역을 마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3. 보충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
        나.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복무하고 있거나 그 복무를 마친 사람
            1) 사회복무요원
            2) 삭제
            3) 예술∙체육요원
            4) 공중보건의사
            5)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6) 삭제
            7) 공익법무관
            8) 공중방역수의사
            9) 전문연구요원
            10) 산업기능요원
        다.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4. 병역준비역: 병역의무자로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이 아닌 사람
5. 전시근로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             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사람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서 생략)
  1. 현역입영은 3일
  2. 공익근무요원소집은 3일


2.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 2018. 6. 28.자 2011헌바379 결정 등)

헌법재판소는,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처벌조항에 의하여 형벌을 부과받음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양심의 자유’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하였습니다.

가.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병역종류조항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면서도, ① (i) 병역종류조항은 병역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위 병역들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종류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 (ii)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iii)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병역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하였고, ② (i) 병역종류조항이 추구하는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대단히 중요하나,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는 점, (ii)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공무원 임용 제한 및 해직,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인가∙면허 등 상실, 인적사항 공개, 전과자에 대한 유∙무형의 냉대와 취업곤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 (iii)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재판관 6인의 다수의견이자 법정의견이며, 이에 대해서는 3인의 소수의견이자 반대의견(각하의견)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이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헌법에 위반)하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면서,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이른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을,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을, 재판관 1인이 각하의견을 냄으로써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으로 합헌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위헌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헌법 제113조 제1항), 각하결정을 위해서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 처벌조항에 관한 재판관들의 의견은 위헌결정을 위한 정족수에도, 각하결정을 위한 정족수에도 모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합헌의견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문을 구성하게 되었으나,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재판관 2인(강일원, 서기석)의 합헌의견과 다른 재판관 2인(안창호, 조용호)의 합헌의견으로 나뉜 관계로, 처벌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의견 중 ‘법정의견’이라고 할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벌조항의 구체적인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모두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써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여,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같은 이유로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재판관 2인(강일원, 서기석)의 합헌의견은, 위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면서, 처벌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에 해당하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재판관 2인(안창호, 조용호)의 합헌의견은, ① (i)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규율과 열악한 복무환경에서 각종 사고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복무기간 동안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도 제한받는바, 이러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탈법∙불법행위가 자행되기도 하므로, 병역기피행위에 대한 강제수단으로서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점, (ii)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므로, 다른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 (iii)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 구성원의 책임의식과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군인 등의 안보관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할 수 있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군인 등의 사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군의 전투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욱 엄중할 수 있다는 점, (iv)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심사단계에서 가려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주관적인 양심의 형성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고,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속에서 이행하는 병역의무와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를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는 점, (v)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문제이고, 국방의무는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 구성원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문제이므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여부는 규범적 평가 이전에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하여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고, ②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결코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는 반면, 처벌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국가공동체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수호함으로써,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질서를 확보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므로, 처벌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및 전망

헌법재판소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면서, 2019. 12. 31.까지 국회에 대하여 병역종류조항의 개정을 명함에 따라,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관한 나머지 공(功)은 입법자들에게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을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i)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구별할 수 있는 공정하고 엄격한 과정, (ii) 현역복무로서의 병역의무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복무기간과 관련한 형평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차단하고 등가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만한 대체복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국회가 위와 같은 입법을 위해서는 우선 국민 전체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할 것이고,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여야 할 것인바, 향후 국회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개정입법의 구체적 내용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기존의 헌법재판소 결정례와 같이 합헌결정이 선고되었지만,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처벌조항은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의 내용이 병역종류조항에 삽입될 경우 대체복무의 이행 만으로도 병역을 이행한 것이 되어, 입영의 기피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적용중지를 명한 것이 아니라 계속 적용(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고, 처벌조항 역시 합헌결정을 통하여 존속되게 되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이 개정되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에 관한 2인의 합헌의견이 지적한 것과 같이, 입법부의 개선입법 뿐만 아니라 법원의 후속조치, 즉 양심적 병역거부가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해결될 여지가 있는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하여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