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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인사노무] 임금(연봉)계약 미체결시의 법률관계
등록일 2019. 05. 09.


[인사노무] 임금(연봉)계약 미체결시의 법률관계



이원재 변호사





1. 들어가는 말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합니다(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4호).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다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합니다. 근로계약 체결 후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같습니다(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자가 명시해야 하는 사항 중 임금 이외의 사항들은 보통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나, 단체협약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사항들은 잘 바뀌지 않으므로, 일단 근로계약이 체결된 후 임금 이외의 사항들이 변경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반면 임금은 통상 1년마다 변경하는 것이 노사 간 관행입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매년 임금의 변경에 관한 합의를 하면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근로계약의 내용 중 임금에 대한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별도의 약정을 해야 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그대로 두고 임금의 변경에 관한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 그 약정을 임금계약이라 하고, 그 임금계약의 기초가 되는 임금제가 연봉제인 경우에는 이를 연봉계약이라고 합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매년 노사 간 임금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률을 정하느라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고, 임금협상이 제때 타결되지 않아 해를 넘겨 다음 해에 전년도의 임금 인상률이 정해지기도 합니다. 반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매년 임금 인상률을 정해 근로자에게 통보하면 근로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사이에 연봉조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봉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임금계약의 체결이 지연되거나, 끝내 임금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근로계약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2. 임금계약 미체결시의 근로계약 관계

임금에 관한 사항은 근로계약의 핵심적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근로계약은 체결되기 힘듭니다. 일단 근로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황에서 그 핵심 부분인 임금의 변경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 그 근로계약이 유지될 수 있는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의 유지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임금의 변경에 대해서는 의사가 합치되지 않은 채 임금계약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경우 임금은 어떻게 지급돼야 하는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해당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은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로 종료하게 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가 있었더라도 임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로 근로계약관계는 종료하게 됩니다.

다만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게 되므로(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에는 근로계약관계는 유지돼야 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때 임금의 변경에 관한 다툼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이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관계에서 임금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준해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됐다면, 근로계약 내용 중 임금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임금계약(이를 새로운 근로계약서로 작성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기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은 유지됩니다. 아울러 기존 임금계약에도 만료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기존 임금계약이 효력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1) 근로계약의 해지 가능성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임금계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당사자는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근로계약의 핵심 부분인 임금에 대한 의사의 불합치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해고가 됩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으므로, 임금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는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이는 부당해고로 됩니다.

판례에서는 "원고가 연봉협상 과정에서 다소 지나친 금액을 요구한 바 있다 하더라도, 참가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함으로 인해 원고가 자발적인 의사에 기해 사직을 함은 별론으로 하고, 참가인 측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연봉의 수액을 제시하고 협상을 시도하는 등 회사 설립 과정에서 이미 면접 등을 거쳐 채용한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단지 지나친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만으로 원고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2.6.25. 선고 2001구16469 판결).

이 판례 등을 감안할 때 임금계약 미체결을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연봉 책정을 위해 인사고과 등 객관적 평가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근로자가 합리성 없는 연봉 인상을 고집해 임금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입니다.

(2) 임금계약 유효기간 만료 후의 임금

임금계약의 만료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기존의 임금계약이 효력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기존의 임금계약에 만료시기가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그 만료시기 후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당사자 사이에 임금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로 됩니다.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단체협약의 유효기관과 그 만료시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계약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임금계약의 유효기간이나 그 만료시의 효력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고, 다만 노사 간 관행으로 기존 임금계약의 내용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후에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되면 이를 소급해 적용하면서 이미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을 정산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특정 근로자에 대해 기존의 연봉을 삭감하고자 하지만 해당 근로자가 수용하지 않아 새로운 임금계약의 체결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새로운 연봉계약의 체결시까지 기존 연봉계약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용자가 연봉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변경하고자 하는 연봉액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고, 차후 연봉계약이 타결되면 차액을 정산하는 것으로 하면 안 되는 뚜렷한 근거가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3) 임금계약 미체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의 문제

한편 임금계약의 유효기간 만료 후 새로운 임금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임금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데 대해 사용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른 근로조건의 명시 및 서면 교부 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 체결돼 있고, 임금 등 근로조건의 변경에 따라 기왕에 체결된 임금계약에 관해 법에 정한 근로조건의 명시 및 서면 교부가 되었다면, 임금의 변경에 대한 당사자의 의견 불합치로 새로운 임금계약서의 작성이 지연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사용자가 변경된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 명시하거나 근로자에게 이에 관한 서면을 교부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3. 맺음말

임금의 변경과 관련한 다툼으로 임금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경우의 법률관계는 종래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 이에 관한 판례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막상 사용자나 근로자에게 임금에 관한 사항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했음에도 쉽게 합의가 되지 않고 있을 때 그 미합의 상태에서의 법률관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원만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향후 이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