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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민사] 동의 없이 사진 촬영하면 손해배상해야 하나
등록일 2021. 05. 12.


[민사] 동의 없이 사진 촬영하면 손해배상해야 하나

-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황예영 변호사




1. 초상권 침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핸드폰을 집어 들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 놓아야 나에게 유리하다는 인식도 많아졌습니다. 카카오톡이나 SNS에 촬영물이 쉽게 공유되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 얼굴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촬영행위의 이익과 초상권의 이익이 충돌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언론사를 대리하는 소송에서도 초상권이 자주 문제됩니다.

초상권이 침해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의외로, 초상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고소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형사처벌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구체적인 사안마다 충돌하는 이익들 사이에서 이익형량을 하는 방법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층간소음에 항의하던 중 폭행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아파트 단지 내에 신고되지 않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전송하였다가, 촬영 당한 사람이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초상권이 침해되었지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여 촬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에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2. 폭행 및 현수막 게시행위를 촬영한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개인은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을 소극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참조). 그러므로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라고 하여, 초상권에 관한 정의, 초상권의 세부 권리, 증거 수집 등의 목적만으로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되는지에 관한 기존 법리를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 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그리고 일단 권리의 보호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참조).”라고 하여, 초상권과 사생활의 침해에 관한 이익형량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나. 폭행 장면 촬영행위

이 사건에서 A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B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혔고, B는 A의 폭행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였는데, A는 이 범행으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층간소음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욕설과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증거를 수집·보전하고 전후 사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이를 촬영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위 촬영행위는 형사절차상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을 조각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폭행 장면 촬영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 현수막 게시 장면 촬영행위

A는 아파트 단지 내에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던 중 제지를 당하자 욕설을 하였습니다. B가 휴대전화로 A의 동영상을 촬영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전송하였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다시 관리소장과 동대표 14명에게 동영상을 전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입주자는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하려는 경우에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A는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였다. A가 게시한 현수막의 내용은 관리주체의 아파트 관리방법에 관한 반대의 의사표시로서 자신의 주장을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 A에 대한 동영상이 관리주체의 구성원에 해당하는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전송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A의 현수막 게시 장면을 촬영한 것은 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할 때 A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하여 위법성을 조각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즉, 현수막 게시 장면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의의

이 사건에서 원고 A는 원심판결이 ‘침해행위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04다16280 판결과 배치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대법원 2004다16280 판결은 증거 수집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초상권 침해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는 것일 뿐, 그와 반대로 증거 수집과 보전이 필요한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04다16280 판결은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미행하면서 사진을 촬영한 사안이었으므로, 증거를 수집할 목적이더라도 초상권에 관한 이익이 촬영행위로 인한 이익보다 큰 경우였습니다. 본 사안의 경우 A의 초상권에 비해 B의 폭행 장면 촬영행위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고 볼 만한 사정들이 있으므로, 대법원 2004다16280 판결이 본 사안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습니다. 증거수집 목적이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이익형량을 하여 초상권에 비해 촬영행위로 인한 이익이 더 큰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본 판결이 타당합니다.

다만,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는 구분될 수 있음에도, 본 판결이 이전의 다수 판례들과 마찬가지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에 관한 법리와 구분하지 않고 함께 설시한 점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본 판결에서는 초상권 침해의 이익형량 법리와 개별적인 고려요소에 관하여 자세히 판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본 사안에서 피해법익과 침해법익 간의 개별적인 고려요소에 따른 이익형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초상권 침해의 이익형량 법리를 적용하지 않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형법의 위법성 조각 논리나 일반적인 이익형량의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이처럼 초상권 침해 고유의 이익형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초상권에 관한 이익형량 사례로서 위법 여부의 판단 기준을 제공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점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