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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형사소송] 고지된 용도와 다르게 차용금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기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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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 05. 03. |
[형사소송] 고지된 용도와 다르게 차용금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기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
양문식 변호사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인 H社의 대표이사로 H社의 설립 이후 매출이 없었고 큰 폭의 적자만 누적되어 사실상 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회사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더라도 차용 용도대로 신규 매장의 임대보증금 등으로 사용하여 신규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그 운영수익으로 6개월 후에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20억 원을 빌려주면 신규 매장 임대보증금으로 15억 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5억 원은 운영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신규 매장을 운영하여 6개월 후에 차용금과 이자 6%를 상환하겠다는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회사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20억 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2. 쟁점
① 피고인이 차용금의 용도를 특정하였는지
검사는 피해회사 측을 대리하여 H社와 자금조달을 협의하였던 K는 대여계약이 H社가 체결한 가계약상의 보증금 15억 원과 그 인테리어 비용 명목이었다고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그러한 용도를 특정하여 자금을 조달한 것인지에 대하여 다툼이 있었습니다(H社의 자금조달을 알아봐주던 피고인의 지인 J가 K와 자금조달과 관련한 협의를 주로 진행하였습니다).
② 차용금의 용도가 금전소비대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실제 이 사건 자금대여는 순수한 금전소비대차에 해당하지 않고, 전문 투자조합이 피해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20억 원 정도를 투자할 신수종사업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하였기 때문이며, 실제로 전환사채의 발행 등이 논의되다가 실제 자금조달을 하루 정도 남긴 상황에서 갑자기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그 형식이 변경되었습니다. 신수종사업에 투자하려던 의도가 갑자기 금전소비대차에서 이자수익을 받는 의도로 변경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실제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형식으로 자금이 조달된 경위도 확인이 필요하였습니다.
③ 피고인에게 편취의사가 있었는지
피고인은 H社의 자금조달을 J에게 의뢰하였는데, 피해회사로부터 자금이 들어온 후 J에게 3억 8,000만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이에 피해회사는 피고인이 빌린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편취의사가 인정된다는 주장을 하였으며, 검사는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편취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관련 법리
해당 사건의 고소장은 형사 전문 법무법인에서 작성한 것이고, 대형 로펌이 피해회사를 대리하여 H社에 대한 파산신청과 피해회사의 전직 임원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대리한 사실을 기록을 통하여 확인하였고, 그들의 법률적 조언을 받은 피해회사의 담당자들은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에 만일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빌려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에 있는 때에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707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지속적으로 피고인이 매장 임대보증금으로 15억 원을 쓴다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검사 또한 공소사실에 용도를 속였다는 점을 강조하여 기재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차용금의 용도를 특정한 사실이 없고, 그러한 용도는 자금조달의 중요 부분이 아니었으며, 용도 고지와 다른 사용이 모두 기망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도를 속여서 돈을 빌린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① 빌려주는 사람의 형편이 어려움에도 특정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을 각별히 고려하여 돈을 빌려준 경우(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707 판결), ② 빌려주는 돈의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 그 용도가 아니면 빌려줄 수 없는 경우, 즉 용도가 금전 교부의 요건이 되므로, 용도와 금전 교부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합니다(대법원은 1984. 1. 17. 선고 83도2818 판결에서 「피고인이 말한 차용금 용도의 목적이 실현 안 되더라도 어차피 금원을 대여하기로 합의하여 이를 교부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말한 차용금 용도가 거짓이었다 하여도 이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위 금원이 차용금에 불과하다면 피고인이 당초부터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4. 변론 활동
①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조달되는 자금의 용도가 전혀 특정되지 않았고, 피해회사가 채권회수 과정에서 피고인이 확인하여 준 자금 사용내역에 보증금으로 15억 원을 사용한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고(피해회사가 수 차례 보낸 내용증명에도 자금의 용도를 문제삼는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고소 무렵(법률전문가들의 조력을 받기 시작할 무렵)부터 갑자기 용도 외의 사용을 문제삼았다는 점을 증거를 통하여 소명하였습니다.
② 자금조달을 중개하였던 K의 주장과 증언이 민사사건의 기록 등에 나타난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으며,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합리성이 없다는 점을 논증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등에서 제시된 진술의 증명력 부여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논증하고, 관련 자료와 K와 J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하여 J와 K가 조달된 자금을 빌려 자신들의 이익을 추가하는 별도의 투자를 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피해회사에 허위의 사실을 전달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충분히 소명하였습니다(이 과정에서 K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③ 피해회사의 모회사 임원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을 통하여 자금조달의 실질은 투자였으나, 피해회사의 지분을 양수한 전문 투자조합이 선임한 경영진이 아니라 지분을 양도한 경영진이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금전소비대차의 형식을 빌린 것이며, 자금을 H社에 조달하게 된 것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였으며, 그 사용 용도는 특정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켰습니다.
④ 피해회사의 내부 문서 및 피해회사와 전직 임원 간의 민사소송 기록을 통하여 자금조달이 실질적으로는 지분투자였음을 확인하였고, 피해회사는 지속적으로 피고인의 H社에 대한 지분 전체를 양수받기 위하여 피고인을 괴롭힌 사실도 소명하였습니다.
⑤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당시 H社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전문 회계법인이 H社의 미래가치를 반영한 주식가치평가를 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주식가치평가에 따른 지분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사실을 소명하여 편취의사를 부정하였습니다.
⑥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있었던 H社의 사업 추진 내용과 성과, 피해회사의 부적절한 채권회수 시도로 인한 사업상의 피해, 피해회사의 파산신청으로 H社가 파산한 이후 업계의 동향을 통하여 피해회사의 성급하고 부적잘한 채권회수 시도가 없었다면 H社의 사업이 정상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고, 피해회사의 투자도 성공적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소명하였습니다.
⑦ 파산사건기록을 문서송부촉탁을 통해 확보한 후 피고인이 조달된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고, 모두 사업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편취의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는 사업 추진 내용들을 소명하였습니다.
5. 결과
법원은 K의 증언이 경험칙에 반하고(J와 K의 거래관계에 비추어 협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설명할 동기를 가지고 있음을 명시), 피고인이 용도를 특정하여 자금을 조달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으며, 용도가 대여의 중요 부분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조달된 자금을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소비하거나 착복한 사실이 없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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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