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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회사] 상법상 거래상대방 보호 -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2 .06 .21

 

[회사] 상법상 거래상대방 보호 -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윤상원 변호사

 

1. 개요

 

주식회사는 법인이므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고 실행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합니다. 상법은 주식회사의 주요 기관으로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을 두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 권한을 적절히 배분하고 있고,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하여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의 계약 체결 이외에도 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합니다(상법 제393). , 대표이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단독으로 회사의 중요한 자산을 처분할 수는 없고,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하는 상법상 제한이 있습니다.

 

이러한 법령상 제한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위반하여 대외적으로 거래를 한 경우, (i) 거래상대방을 보호할 것인지(거래상대방은 회사에 대하여 법령 등을 위반하여 진행된 거래를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또는 (ii) 어느 정도의 거래상대방까지 보호할 것인지는 상법에서 주요한 논란 중 하나입니다.

 

이를 모두 무효로 한다면, 실제 진행된 많은 거래가 무효화 될 것이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법령 등을 위반한 거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유효라고 할 경우에는 해당 법령이 규제하고자 하는 취지(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회사의 중요한 자산 처분 행위는 대표이사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고 다수의 이사가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신중한 결의를 거치도록 하여, 회사의 재산과 주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을 것입니다)가 모두 몰각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선에서 균형을 맞추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법상 거래상대방 보호에 대해서는 그 유형별로 다수의 판례가 집적되어 왔고, 2021년도에 위와 같은 거래상대방 보호에 대하여 의미 있는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기도 하였습니다. 통상 거래계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행위 유형에 따라서, 판례가 거래상대방 보호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2. 거래유형별 정리

 

주로 문제되는 유형 및 이에 대한 상법의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표권 남용: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자신의 대표권 범위 내에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회사가 아닌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대표권을 행사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대표가 회사의 사업과 무관한 제3자의 채무에 대하여 회사 명의로 보증을 서게 하는 경우입니다. 상법은 이러한 대표권 남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2)    대표권 제한: 회사의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회사의 권리능력 범위 내에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9조 제3, 209조 제1). 다만, 법령에 의하여 대표권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고(위에서 예로 들은 이사회 결의를 필요로 하는 경우 등), 정관 등을 통하여 내부적인 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이사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위와 같이 제한된 대표권을 넘어서서 회사 명의로 거래를 한 경우 상법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89조 제3, 209조 제2).

 

(3)    표현대표이사: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상법 제395). 다만, 상법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395).

 

(4)    이사의 자기거래: 회사가 이사, 주요주주 등 일정한 자(상법 제398조 각 호)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이들을 위하여 거래를 하는 경우, 회사는 가중된 이사회 결의를 받은 이후 거래해야 합니다(예를 들어, 회사가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위하여 보증을 서는 경우). 이러한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그 거래상대방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법은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5)    상장회사의 신용공여 제한: 상장회사는 원칙적으로 이사, 주요주주 등 일정한 자(상법 제542조의9 1항 각 호)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이들을 위하여 신용공여를 할 수 없습니다(상법 제542조의9 1). 이러한 상장회사의 신용공여 제한을 위반하여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그 거래상대방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법은 역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각 사안에 대해서 국내 판례의 입장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 개별 거래유형에 대한 판례의 입장

 

(1)    대표권 남용: 판례는, (i)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자신의 대표권 범위 내에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또는 회사가 아닌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대표권을 행사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고 보지만, (ii)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행위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면 그 거래상대방은 보호하지 않습니다. 판례는, 상법상 회사가 아닌 민법상 법인에서 대표권 남용 행위가 벌어졌을 때에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통상 그 거래상대방이 선의ㆍ무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과실이 없음)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18059 판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그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다.

 

(2)    대표권 제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법은 선의의 제3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례는 거래상대방이 보호 받기 위해서는 선의ㆍ무중과실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봅니다. , (i)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제한된 범위를 넘어서서 대표권을 행사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고 보지만, (ii) 거래상대방이 대표이사의 행위가 제한된 범위를 넘어서서 대표권을 행사한 것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것이라면 그 거래상대방은 보호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아래의 판결(201545451 판결)이 선고되기 전 대법원의 입장은, 거래상대방이 선의ㆍ무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과실이 없음)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도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거래상대방이 선의ㆍ무중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음)로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45451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보증행위에 관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피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원고에게 피고가 甲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의미의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경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

 

회사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등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한 경우(이하 '내부적 제한'이라 한다)에도 선의의 제3자는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된다.

 

거래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받기 위하여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아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3)    표현대표이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법은 선의의 제3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례는 거래상대방이 보호 받기 위해서는 선의ㆍ무중과실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봅니다. , 그 거래상대방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선의ㆍ무중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음)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40432 판결

 

상법 제395조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된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략)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생략)

 

(4)    이사의 자기거래 관련: 상법은 상법 제398(이사의 자기거래)를 위반하여 진행된 거래에 대하여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보호되는 거래상대방 범위 역시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판례는 거래상대방이 보호 받기 위해서는 선의ㆍ무중과실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봅니다. , 그 거래상대방이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거라는 것에 대하여 선의ㆍ무중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음)이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73530 판결

 

원심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 상법 제398조 소정의 이사의 자기거래행위에 해당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이면서,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 주식회사의 대규모 재산의 차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 및 피고 회사가 위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피고 회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거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부분은 정당하고

 

(생략)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한 이른바 자기거래행위는 회사와 이사 간에서는 무효이지만, 회사가 위 거래가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여 무효라는 것을 제3자에 대하여 주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안전과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할 필요상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였다는 것 외에 3자가 이사회의 승인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고(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다카1591 판결, 1994. 10. 11. 선고 9424626 판결 등 참조), 비록 3자가 선의였다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악의인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

 

(5)    상장회사의 신용공여 제한: 상법은 상법 제542조의9를 위반하여 진행된 거래의 효력에 대하여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보호되는 거래상대방 범위 역시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1년도에 위와 같은 신용공여 제한에 대하여 최초의 판례를 선고하였는데, 판례에 따르면 (i) 상법 제542조의9를 위반한 거래를 사법상으로 무효라고 보지만, (ii) 선의ㆍ무중과실인 거래상대방에 대하여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그 거래상대방이 상법 제542조의9조를 위반한 거라는 것에 대하여 선의ㆍ무중과실(몰랐거나 모른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음)이라면, 비록 그 거래가 무효라고 하여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261943 판결

 

상법 제542조의9 1항의 입법 목적과 내용,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점 등을 살펴보면, 위 조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신용공여는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서 사법상 무효이고, 누구나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조항의 문언상 상법 제542조의9 1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신용공여는, 상법 제398조가 규율하는 이사의 자기거래와 달리, 이사회의 승인 유무와 관계없이 금지되는 것이므로,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나 사후 추인이 있어도 유효로 될 수 없다.

 

다만, 상법 제542조의9는 제1항에서 신용공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제2항에서는 일부 신용공여를 허용하고 있는데, 회사의 외부에 있는 제3자로서는 구체적 사안에서 어떠한 신용공여가 금지대상인지 여부를 알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상장회사와의 상거래가 빈번한 거래현실을 감안하면 제3자로 하여금 상장회사와 거래를 할 때마다 일일이 상법 제542조의9 위반 여부를 조사ㆍ확인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상거래의 신속성이나 거래의 안전을 해친다. 따라서 상법 제542조의9 1항을 위반한 신용공여라고 하더라도 제3자가 그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 유형별로 해당 거래의 효력이나 보호되는 거래상대방의 범위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i) 점점 복잡해지는 상사거래에 있어서는 거래의 안정성이 중요하고, (ii) 회사의 복잡한 내부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진행하게 되는 제3자를 충분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상사거래에 있어서 보호되는 거래상대방 범위에 대한 판례의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규정

내용

보호되는 거래상대방

규정 없음

대표권 남용

선의ㆍ무과실

상법 제389, 209

대표권 제한

선의ㆍ무중과실

상법 제395

표현대표이사

선의ㆍ무중과실

상법 제398

이사의 자기거래

선의ㆍ무중과실

상법 제542조의9

상장회사의 신용공여 제한

선의ㆍ무중과실

 

실제 소송에서는, 거래상대방이 해당 거래의 효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는지 여부나 알지 못한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승패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거래상대방의 지위나 회사와의 관계, 해당 거래를 진행한 목적이나 경위 등 소송 과정에서 파악되는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입증 정도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쟁점이 문제되는 소송에서는 거래상대방의 보호필요성 입증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