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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6호_저작권 칼럼] 저작권에 관한 국제조약은 국민에게 직접 효력을 미치는가
등록일 2015. 03. 08.

[뉴스레터_지식재산권_6_저작권 칼럼]

 

저작권에 관한 국제조약은 국민에게 직접 효력을 미치는가

 

 

 

문건영 변호사

 

국제법이 국내에서 효력을 갖게 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제법이 별도의 행위를 매개하지 않고 국제법의 자격으로 직접 국내에 적용된다고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수용이론’(doctrine of incorporation)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국제법과 동일한 내용의 국내법을 제정하여 국내에서는 국내법의 자격으로만 국제법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변형이론’(doctrine of transformation)이라 한다. 한편 수용이론에 따라 국내법적 적용에 있어서 매개행위가 필요 없다고 보는 경우에도, 사인이 조약에 근거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조약이 국내에서 직접 효력을 발생한다고 하여 개인에게까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각 나라에서 이러한 방식들 중 어떤 방식으로 국제법이 국내에서 효력을 발생하는지는 결국 각 국가의 법질서에 따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항에 따라 조약이 국내법으로의 변형 없이도 직접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를 지지하는 판례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가 사인이 해당 조항을 권리로서 원용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전라북도 의회가 의결한 급식조례안에 대하여 전라북도 교육감이 그것이 WTO 협정 위반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소를 대법원에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GATT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시행된 조약인 WTO 협정의 부속협정이어서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국내법령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GATT에 위반할 경우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10 판결).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조례안이 학교급식에 있어서 전라북도에서 생산되는 우수농산물 등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그러한 우수농산물을 사용하는 자를 선별하여 식재료나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한 것은 국내 산품(product)의 생산보호를 위해 수입산품을 국내산품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내국민대우원칙을 규정한 GATT 3조 제1, 4항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위 판결을 일반화 하면, WTO 협정은 항상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사법절차에서 직접적용 되고, 법원은 소송에서 원고가 사인이어도 문제된 국내 법령이 위 조약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하면 국내법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상 문구는 조약이 국내법적 지위를 취득한다는 것이지, 모든 조약에 대해 그 조약의 성질과 내용, 체결당사국의 의도와 구체적으로 문제되는 조약의 규정,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나 사실관계 등과 관계 없이 사인이 법원에서 이를 원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우리나라 정부의 반덤핑과세부과처분의 취소를 다툰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WTO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사인이 직접 국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협정 위반을 처분의 독립된 취소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17936 판결). 위 사건에서 원고는 한국 내 수입·판매업자였는데, 타일에 대해 5년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피고인 기획재정부장관이 제정·공포한 규칙이 GATT 6조의 이행에 관한 협정 중 덤핑규제관련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 협정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설정하는 국제협정으로, 그 내용 및 성질에 비추어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은 위 WTO 분쟁해결기구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인에 대하여는 위 협정의 직접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협정에 따른 회원국 정부의 반덤핑부과처분이 WTO 협정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인이 직접 국내 법원에 회원국 정부를 상대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위 협정 위반을 처분의 독립적 취소사유로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원칙적으로 조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으로의 변형 없이도 직접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저작권에 관한 조약들의 규정도 구체적이고 명확성과 완전성을 갖춘 경우에는 그 조약규정이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국내 법원에 의해 직접 적용된다. 다만, 사인에 의해 재판 절차에서 원용될 수 있는지는 각 조문별로 별개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조약의 규정이 구체적이고 완결적이지 못하여 이를 직접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헌법 제6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조약의 규정은 조약 가맹국에게 더 구체적이고 완전한 내용의 국내법을 갖출 의무를 부과하는 성격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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