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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9호_나의 소송이야기] [1]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상표침해 손해배상 소송
등록일 2015. 06. 10.

[뉴스레터_지식재산권_9_나의 소송이야기]

 

[1] ‘병행수입제품에 대한 상표침해 손해배상 소송

 

 

 

윤복남 변호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품 의류브랜드 상표권자 A사는 국내 한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상표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장에 따르면, 해당 유통업체가 2곳 점포에서 자신의 상표를 위조한 상품을 판매하였다고 하면서 2장의 의류제품 사진과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했다. 소장에는 참고자료로 다른 백화점을 상대로 상표권침해 손해배상에 승소한 판결문을 첨부했다. 이 사건도 같은 유형이라는 취지로 보였다.

 

피고 유통업체를 대리한 필자는 대응전략을 연구했다. 일단, 의류판매자는 병행수입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해당 상품이 상표권자가 제조한 진품임을 증명할만한 증거를 모아오고, 해당 임대매장과의 계약서 및 거래관계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아울러 실제 의류판매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고지를 검토했다. 혹시라도 패소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막상 의뢰인으로부터 증거자료를 받고 나니 진정상품임을 입증할 증거로는 너무 빈약했다. 의류판매업체 측에서는 ‘A’사 상표가 명기된 수입신고필증을 제출하였으나, 이는 해당 제품이 진정상품이라는 증거가 되기에는 현저히 부족했다(위 증거는 단지 수입신고시 상표를 속이지 않고 통관했다는 점만을 보여준다). 적어도 해당 제품이 A사의 매장이나 딜러를 통해 구입했다는 영수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증거는 제공받지 못했다. 한편, 재판에서 A사는 자사 내 위조전문가가 엄밀하게 검토하였다고 하면서도 왜 위조상품이라고 하는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목 라벨과 스윙티켓이 부정확함, 전체적으로 품질이 열등임정도로만 진술했다. 이를 자세히 밝히면 향후 위조를 손쉽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어쨌든 제공받은 증거만으로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라는 주장은 인정받기 어려워 보였다. 따라서 해당 의류판매업체가 피고 대형유통업체의 임대매장임에 변론을 집중했다. 문제가 된 두 매장 중 한 곳은 정식 임대매장이었고, 다른 한 곳은 일시임대차를 통해 단기간 간이가판대에서 판매한 경우였다. 그런데 두 매장 모두 영수증은 대형 유통업체 이름으로 발행되었다. 임대매장은 따로 POS를 등록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임차수수료를 지급받고 있기 때문에 영수증을 유통업체 명의로 발행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원고 A사 측은 명의대여자 및 사용자책임을 추가로 주장했다. 임대매장이라고 하더라도 외관상 유통업체 직영매장과 전혀 구분되지 않고, 오히려 명의를 대여하여 영업을 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점, 임대계약서 상의 여러 조항에서 유통업체가 해당 매장을 관리, 감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되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을 채택하였다. 다만, 이미 판매일로부터 수 년이 지난 상황이라서 똑같은 현장은 보기 어려웠고, 유사한 매장을 보고서 당시와 어떻게 차이나는지를 설명듣는 방식으로 현장검증은 진행되었다.

 

최종 판결은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거의 2년이 지난 후 선고되었다. 판결문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1)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으로 볼 증거로 부족하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된다.

 

(2)   비록 영수증을 유통업체 명의로 발행했다고 하여도 유통업체는 의류 판매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이므로 직접적인 판매자로서의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3)   한편, 유통업체 내의 임대매장 중 1곳은 별도 칸막이가 있고, 간판도 별도로 있으며, 피고 유니폼을 입지 않은 임차매장 직원이 판매하였으므로 비록 피고명의 영수증이 발행되었다고 하여도 명의사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단기임대차로 간이가판대를 운영한 다른 곳의 경우 피고 명의로 A사 브랜드 제품 판매 전단지를 배포하였고, 다른 매장과 분리되지 않은 가판대를 운영했고, 별도의 판매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외관상 알 수 없으며, 영수증 명의는 피고이고, 판매가 15%를 피고가 수수료로 지급받는 등의 관계를 고려하면 피고가 자신의 명의 아래에서 영업할 것을 허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임대관리규정에 따르면, 직원 교육, 영업규칙 준수, 광고선전 사전승인 등 여러가지 지휘, 감독 관계에 있어서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

 

원고는 소장에서 5,000만원을 청구했는데, 판결은 200만원만 인정되었다. 피고로서는 일부 패소이기는 하나, 금액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판결이다. 이 사건 이후 임대매장의 상품에 대해서도 일정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선례가 되었으니, 업체관리가 훨씬 더 까다로와졌다. 특히 유명상표를 취급하는 매장에 대해서는 상표권자의 대리점이 맞는지, 아니라면 해당 제품이 병행수입제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