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인 경우, 시공사와 추진위원회 사이에 이루어진
소비대차약정도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19다232277 판결
최슬기 변호사
사실관계
피고들은, 서울 N 일대에
주택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을 시행할 조합을 설립하고자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그 임원 및 이 사건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들이며, 원고는 이 사건 정비사업의 시공사입니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6. 7. 25.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를 하였으며, 같은 해 9. 26.
원고와 이 사건 정비사업에 관하여 공사도급(가)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일반조건 제15조는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이 사건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소요되는 자금을
대여한다.’고 정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 원고는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따라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수 차례에 걸쳐 합계 3,450,937,380원을 대여하였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그 중 일부 대여금에 관하여 다시 원고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원고에게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피고들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위 각 채무를 연대보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의 일부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시공사 선정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0. 11.경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화해권고결정과 판결이 각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주채무자로서, 이 사건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들은 연대보증인들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따른 대여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이므로, 시공사 선정결의의 유효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및 공사도급계약에 포함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도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제1심의 경과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
26. 선고 2013가합72829 판결)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는데, 위 판결에 대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
사건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등 일부 피고만 항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서울고등법원 2019. 4. 9. 선고 2017나2016790 판결)은, 제1심과는 달리, 이
사건이 소비대차약정이 무효라고 보아 피고들의 항소를 인용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심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내에 포함된
것인데,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인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및 그 계약
내에 포함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 역시 모두 무효에 해당하고, 달리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과 별개로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여전히 유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에 관한 시공사 선정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의 기능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추진위원회에 의한 시공사 선정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으며,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체결 전에 관할 관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에서의 시공사 선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라는 안내까지
받기도 하였던바, 이처럼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이루어진 시공사 선정결의의
법적 효력이 분명하지 않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및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수차례에 걸쳐 금전 대여관계를 맺어왔던 점, 설령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장차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 총회에서 추진위원회가 한 시공사 선정을 추인하는 결의를 하여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를
유효하게 할 수 있는데,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무효가 될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에 따른 자금 대여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의사해석이 가능한 점, 원고는 이 사건 시공사 선정결의에 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가 계속 중인 2010.
7. 15.까지도 지속적으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금전을 대여하고, 일부 대여금에 관하여는
추가로 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받기도 하였던 점 등입니다.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에 관하여,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하고(민법 제137조), 이러한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되며, 이때 그 계약의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정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 그 전제가 된 계약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계약 전부를 무효로 볼 것은 아니며, 계약 체결의 경위, 목적, 나머지 계약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나머지 계약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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