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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노동] 계열사 간 전출과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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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 07. 21. |
[노동] 계열사 간 전출과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
이상도 변호사
1. 들어가며
실무상 계열사 간 인력 전출은 빈번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 2019. 11. 12. 선고 2019나2001310 판결은 "계열사 간 전출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업(業)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파기하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계열사 간 근로자 전출의 구분기준을 제시했는바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기초 사실 및 쟁점
가. 기초 사실
피고는 정보통신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였는데, 2011. 10.경 피고의 플랫폼 사업 부문이 분할돼 A 사가 설립됐고, 2016. 3.경 A 사의 분할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B 사가 설립됐습니다.
A 사는 전사상거래업과 뉴미디어 콘텐츠 제공을 주된 영업으로 해 인터넷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2016. 12. 31. 기준 1조9300억 원이 넘는 자산과 독립적인 운영조직을 갖춘 회사이고, B 사는 정보통신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된 영업으로 해 네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등 피고의 부가서비스 앱 개발ㆍ운영을 담당하는 회사로서 2016. 12. 31. 기준 2100억 원이 넘는 자산과 독립적인 운영조직을 갖춘 회사입니다.
피고는 신규 사업인 '○○○ 사업'을 진행했는데, A 사와 B 사는 2015. 1.부터 2017. 6.경까지 2년 6개월 동안 매월 최소 8명에서 최대 121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을 피고에게 전출시켰습니다.
위 전출과 관련해 피고는 A 사와 'A 사는 전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전출 근로자와 근로관계가 있음을 보증하고 임금 지급 등 근로관계법령상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며, 피고는 A 사가 전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를 6개월마다 정산해 A 사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비용정산 계약을 체결했고, 위 계약에 따라 A 사 및 B 사는 원고들을 비롯한 전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고 피고는 A 사 및 B 사에게 전출 근로자의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했습니다.
원고 1은 1999년 피고에 입사했다가 A 사로 소속이 변경돼 4년간 근무하던 중 2015. 10. '○○○ 사업'의 담당 부서인 '○○○ 조직'으로 전출돼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 2는 2015. 3. A 사에 입사한 직후 ○○○ 조직으로 전출돼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B 사의 설립에 따라 전출은 그대로 유지된 채 원고들의 소속만 A 사에서 B 사로 변경됐습니다.
2017. 7. ○○○ 사업이 종료되자 원고들은 B 사로 복귀해 플랫폼 사업 업무를 담당했고, 2018. 9. B 사가 A 사에 흡수 합병됨에 따라 원고들은 다시 A 사 소속이 됐습니다.
나. 쟁점
원고들은 A 사 및 B 사가 자신들을 피고에 불법파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고, A 사 및 B 사는 근로자파견사업에 관한 허가를 받지 아니했으므로, 피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들을 파견 받은 때부터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을 전출시킨 것은 인력 교류, 경력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계열 회사 간 전출일 뿐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가 파견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비사업적 파견에 해당하므로 그에 대해 파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전출의 특성상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했다는 점에 관해는 큰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A 사 및 B 사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3.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A 사 및 B 사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다고 인정한 후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인원을 기간조차 정하지 않은 채 계속적ㆍ반복적으로 전출시킨 점이다.
둘째, ○○○ 조직은 피고 사장의 직속 또는 '플랫폼 사업부문'의 사업본부로 운영됐고, 피고가 그 운영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또한 A 사 및 B 사가 ○○○ 사업 운영에 관해 구체적으로 관여하거나, 피고와 ○○○ 사업의 수익원 분배 등에 관해 어떠한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A 사 및 B 사가 피고의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 사업은 기본적으로 피고가 주도한 피고의 사업이다.
셋째, 피고는 ○○○ 조직을 통해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채용 공고부터 최종 합격자 선정까지 총괄 진행했다. 그럼에도 피고와 A 사 및 B 사가 ○○○ 사업 인력을 A 사 및 B 사를 통해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A 사 및 B 사는 피고가 ○○○ 사업에 필요하다고 최종적으로 선정한 근로자들을 신규로 고용한 후 바로 피고로 전출시켰다. 위 사정을 고려하면, A 사 및 B 사의 전출행위를 인력 교류, 경력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계열회사 간의 통상적인 전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넷째, A 사 및 B 사가 원고들의 전출을 통해 수수료 등의 이득을 직접 취하지는 않았으나, 피고와 A 사 및 B 사 간의 임금 체계가 일부 다름에 따라, 피고는 직접 고용했을 경우에 비해 초과근로수당, 복지포인트 등을 적게 지급하는 이익을 취했다. 파견에 영리성ㆍ영업성이 있는지는 근로자를 파견하는 사람뿐 아니라 근로자를 파견 받은 사람이 이익을 취했는지도 판단해야 할 것인데, 피고가 초과근로수당 등에 관해서 일정 이익을 취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그 전출행위에 영리성ㆍ영업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리고 대법원은 계열사 간 전출이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은 모두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외형상 유사하지만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해 외형상의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 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설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전출의 특성으로 ▲근로자가 원 소속 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ㆍ파견ㆍ사외근무ㆍ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 소속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는 점 ▲전출 후 기업의 지휘ㆍ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나, 근로자의 원 소속 기업 복귀가 예정돼 있는 것이 일반적인 점 ▲특히 고유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 전출 근로자와 원 소속 기업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 소속 기업으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가 현실화돼 계속 존속하게 되는 점을 설시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이 파견과 전출을 구분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나가며
대법원은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가 주체가 돼 행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 적용되고 근로자파견의 영업성 유무는 원고용주(파견사업주)를 기준으로 판단돼야 하는데, 위 ① 내지 ④의 사정에 비춰 보면 A 사 및 B 사가 피고로부터 근로자파견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등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원고들이 A 사 및 B 사에 입사한 시기와 전출된 시기 간의 차이, ○○○ 사업 완료 후 A 사 및 B 사로 복귀돼 근무하고 있는 사정, A 사 및 B 사가 근로자 파견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전문화된 영업분야 및 조직을 갖고 있는 점, 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등을 위해 입법된 것인데 원고들의 전출 전후 사정에 비춰보면 원고들이 고용 불안정 등에 처해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볼 때, A 사 및 B 사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위 ⑤항에서 원고들의 채용시기 및 경위, 전출 종료 후 A 사 및 B 사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사정 등을 근거로 원고 2 등에 대한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이 근로자 파견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이는 현재 근로자파견의 실무상 파견사업주가 파견될 근로자를 이미 고용하고 있고 파견 종료 후에도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보다 사용사업주로부터 근로자파견을 요청 받은 후에 비로소 파견될 근로자를 채용하고 파견이 종료되면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도 종료되는 것으로 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사정을 고려한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점에 비춰 보면 전출 종료 후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도 전출과 파견을 구분할 수 있는 하나의 사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위 ④항에서 A 사 및 B 사의 주된 영업 분야, 자산 규모와 운영조직 등을 감안하면 원고용주인 A 사 및 B 사의 사업목적 등은 근로자파견과 무관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부분을 보다 쉽게 풀어보면 보통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서 파견사업주는 인력공급업체에 해당하는데, 대기업인 피고의 계열사(A 사 및 B 사)의 규모나 사업목적에 비춰볼 때 A 사 및 B 사가 인력공급업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은 쉽게 이해되고 수긍됩니다.
그런데, A 사 및 B 사가 별도의 사업목적을 갖고 있고, 그 규모 역시 상당하더라도 A 사 및 B 사가 이 사건에서의 ○○○ 사업에 관해는 항소심(서울고등법원)의 판단과 같이 아무런 관여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오로지 인력을 채용하고 전출시키는 역할만을 했는바, ○○○ 사업에 한정해서 보면 A 사 및 B 사가 인력공급업체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항소심은 이러한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A 사 및 B 사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은 이에 관해는 별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계열사 간 전출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정을 설시하고 있는바, 향후 계열사 간 전출을 행함에 있어 위와 대법원 판결이 설시하고 있는 사정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불법파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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