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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노동] 대법원 ‘고용승계기대권’에 관한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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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 09. 10. |
김장식 변호사 1. 대상판결 2021. 4. 29. 대법원은 용역업체 변경 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승계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설시했습니다. 해당 판결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해 다른 업체(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의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해 왔다.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해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했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취지 참조). 이때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내용,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2. 해당 사건의 진행 경과 가. A회사는 울진원자력 제1발전소 등의 각 청소업무에 관해 조달청을 통한 공개입찰을 시행해, 외주 용역업체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B회사는 2013. 9. 1.부터 2014. 8. 31.까지 한울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청소용역을 위탁받아 수행했고, 참가인들은 B회사에 입사해 2014. 8. 31.까지 한울원자력본부 사업장에서 근무했습니다. 나. 원고인 C회사는 청소용역업을 영위하는데, 2014. 8. 5. 이 사건 청소용역 공개입찰에 참여해 2014. 8. 27. 낙찰받았고, 같은 날 한울원자력본부와 계약기간을 2014. 9. 1.부터 2015. 8. 31.까지로 정해 이 사건 청소용역에 관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다.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2014년도 한울원자력 제1발전소 청소용역시방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계약상대자는 종업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는 당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만을 채용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을 고용승계 및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유지 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성립돼야 한다. 계약상대자는 청소용역 작업원 확보 시 원자력 발전소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청소업체 종업원의 재채용을 원칙으로 하며, 결원자의 신규 채용 시는 발전소 인근 주민을 채용하되 인근 주민의 수급이 불가할 때는 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타 지역 인원을 채용할 수 있으며, 채용된 작업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용역계약기간 중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라. 이 사건 청소용역을 도급받아 수행한 용역업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고용을 대부분 승계해 왔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이전에도 2007. 9. 1.부터 2008. 8. 31.까지 이 사건 청소용역을 도급받아 수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그 이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근로자 23명 전원의 고용을 승계했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 2는 1997. 3.경 D회사에, 피고보조참가인 3은 2002. 11.경 E회사에 각 입사한 이후 이 사건 청소용역을 담당하는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순차적으로 고용이 승계됐습니다. 마. 원고는 2014. 9. 1. B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23명 중 참가인들을 포함한 4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참가인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재심판정을 했습니다. 원고가 위 재심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를 피고로 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및 2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상고를 했습니다. 3. 고용승계기대권 가. 위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은 고용승계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설시하고 있습니다. 즉,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해 다른 업체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의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해 왔는데,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해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고용승계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내용,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했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계약갱신기대권의 판시 내용과 어딘지 모르게 매우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계약갱신이라는 표현을 고용승계로 바꾸었을 뿐, 그 실질적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계약갱신기대권의 법리에 관해서는 익숙하지만 사실 고용승계기대권이란 법리는 낯섭니다. 이러한 고용승계기대권의 법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다. 위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과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의 취지에서 그러한 법리를 참조할 수 있는 것처럼 설시했는데, 위 대법원 판결들이 언급한 사건들은 사실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갱신기대권에 관한 판결들일 뿐 용역업체 변경 시 다른 사용자 사이에서 근로자의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을 다룬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판결의 취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고용승계기대권은 계약갱신기대권이 변환된 또 다른 모습이라 봐야 할 듯합니다. 라. 하지만 이러한 법리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입니다. 따라서 해고가 문제되는 상황들은 우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합니다. 명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사안들에서 대법원이 때때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해 온 사례들은 그와 같은 고민을 염두에 두기 때문입니다. 마. 이러한 이유로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고용승계기대권에 관한 문제 역시도 지금까지는 신구 용역업체 사이에 근로관계가 승계됐는지 여부의 관점에서만 다뤄져 왔습니다. 이에 관해 살펴보자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입법적 해결을 시도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다양한 유형의 사업주체 변동이 있는 경우에도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해 아무런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민법 제657조 제1항은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사업주 교체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의 문제는 오로지 해석론에 기대어 해결해 오고 있었는데,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도 상속이나 회사의 합병과 같은 법률 규정에 의한 사업주 변경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이나 소멸회사의 모든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상속인이나 합병으로 인한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승계되도록 규정돼 있는 결과 근로계약관계도 승계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영업양도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에 의해 사업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영업양도 법리에 의해 해결을 시도해 왔던 것입니다. 바. 하지만 용역도급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영업양도 법리에만 매몰돼서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관계 존속 보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법상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인 영업재산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채권계약인 반면에, 노동법적 문제로서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총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업양도가 있었다고 인정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영업양도에 관한 합의가 있거나 영업상의 물적·인적 조직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일체로서 포괄적으로 이전돼야 합니다. 따라서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양도·양수 전후의 영업 동일성이 유지돼야 하고, 근로자가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서 영업의 동일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적 시설뿐만 아니라 인적 조직도 해체됨이 없이 하나의 조칙체로서 이전돼야 하는데, 용역업체 변경의 경우에는 도무지 그와 같은 영업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 이에 기존 하급심 판결들은 사업장 관행에 근거한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서울행정법원 2013. 8. 27. 선고 2012구합41905 판결)하거나, 묵시적 영업양도를 인정(서울고등법원 2017. 6. 14. 선고 2016누62223 판결)하거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보아 근로자의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는 판결(해당 사건의 원심 참고)들을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판결들은 용역업체 변경 시 신구 용역업체 변경은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래 영업양도 법리의 문제점을 인식함으로써, 모두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위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57045 판결은 그 동안의 논란들을 고용승계기대권 법리로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향후 관련 사건들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상 판결은 소중한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법리가 도출되는 근거에 관한 논란까지 이론의 여지없이 완전하게 극복됐다 보기 어렵습니다. 영업양도나 제3자를 위한 계약의 법리를 현실에 적용함에는 그 자체로 일정한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묵시적 영업양도나 제3자를 위한 계약을 근거로 고용승계를 인정했던 판결들은 법률의 규정에서 그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인 반면에, 고용승계기대권은 도무지 어떤 법률적 근거에서 도출되는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23조가 해고를 제한하고 있고, 근로관계의 존속보호가 노동법적 요청이므로 전혀 법리적 근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정도의 근거만을 이유로 일방 당사자의 기대로부터 당연히 다른 당사자의 법적 의무를 도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위 대법원 판결은 관련사건 해결을 위한 일응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변동 시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입법의 필요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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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