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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저작권] 소설 ‘대망’ 저작권법 위반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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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 01. 07. |
-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6425 판결 황예영 변호사 1. ‘대망’ 출판사측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 대법원은 최근에 1, 2심을 뒤집고, 2005년에 출간된 소설 ‘대망’이 저작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망’은 70~8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입니다. 유명 정∙재계 인사들의 필독서로도 유명했습니다.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는 1950~1967년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집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A출판사와 그 대표이사는 이 일본어판을 번역해 1975년 ‘대망’ 1권을 판매했습니다. 1995년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의 저작물이 소급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B출판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 원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번역해 2000년 책 1권을 펴냈습니다. 그런데 A출판사는 1975년판 ‘대망’을 2005년 일부 수정해 다시 출간했습니다. B출판사는 A출판사측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2. 회복저작물과 경과조치 ‘대망’의 저작권법 위반 문제를 살펴보려면, 먼저 회복저작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5년 개정되기 전 저작권법은 우리나라가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물을 보호하되, 그 조약이 우리나라에 시행되기 전에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소급해서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5년 개정 저작권법은 외국인 저작물의 소급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베른협약을 수용했습니다. 즉, 1995년 개정 저작권법으로 1996. 7. 1. 이전에 공표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소급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외국인의 저작물을 ‘회복저작물’이라고 합니다. 일본어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996. 7. 1. 이전에 공표되어, 1995년 개정 저작권법으로 우리나라에서 소급해서 보호 받는 회복저작물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이전에는 보호 받지 않던 외국인 저작물이어서 허락 없이 번역해도 적법했는데, 저작권법 개정으로 갑자기 불법 번역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5년 개정 저작권법은 개정법 시행 전에 회복저작물을 이용한 행위는 면책된다고 하였습니다(부칙 제4조 제1항). 또한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로서 1995. 1. 1. 전에 작성된 것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다만, 1999. 12. 31. 이후의 이용에 대해서는 원저작자가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부칙 제4조 제3항). 여기서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해서 새로운 저작물이 창작된 경우에 그 새로운 저작물을 말합니다. 외국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경우 그 번역된 소설, 또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에 그 영화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1975년판 ‘대망’은 일본어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한 2차적 저작물인 것입니다. 3. 사건의 경과 1975년판 ‘대망’은,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로서 1995. 1. 1. 전에 작성된 것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부칙 제4조 제3항이 적용되어 허락 없이 출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05년에 다시 수정해서 출간한 ‘대망’입니다. 2005년판 ‘대망’을 출간한 것이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1975년판)에 대한 이용행위에 해당한다면 부칙 제4조 제3항에 의하여 적법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A출판사측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상황이었습니다. 1심은 1975년판과 2005년판의 수정 정도와 표현 방법의 차이에 비추어볼 때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A출판사에 벌금 1,000만 원을, 그 대표이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조항에 의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이 1995. 1. 1. 이전에 작성되어야 하고, 그 2차적저작물의 이용권한을 가지는 자가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이용행위를 해야 하는데, A출판사측이 1975년판의 내용을 일부 수정ㆍ증감하여 2005년판을 발행한 것이 1995. 1. 1. 이전에 작성된 1975년판의 이용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A출판사측도 예기치 않게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어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다고 하며, A출판사와 대표이사를 각각 벌금 700만 원으로 감형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1995년 개정 저작권법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권을 소급적으로 보호하면서, 부칙 제4조를 통하여 개정법 시행 전의 적법한 이용행위로 제작된 복제물이나 2차적저작물 등을 법 시행 이후에도 일정기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회복저작물을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 전에 적법하게 이용하여 온 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한편 그동안 들인 노력과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였다.”고 하고, “특히 2차적저작물의 작성자는 단순한 복제와 달리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칙 제4조 제3항을 통해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 작성자의 이용행위를 기간의 제한 없이 허용하면서, 저작권의 배타적 허락권의 성격을 보상청구권으로 완화함으로써 회복저작물의 원저작자와 2차적저작물 작성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하였다.”고 하여 2차적저작물 작성자를 보다 충실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은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로서 1995. 1. 1. 전에 작성된 것을 계속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정으로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고, 위 부칙 제4조 제3항이 허용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게 되면 회복저작물의 저작자 보호가 형해화되거나 회복저작물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과 이를 이용한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더라도, 위 2차적저작물을 수정ㆍ변경하면서 부가한 새로운 창작성이 양적ㆍ질적으로 상당하여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면, 위 부칙 제4조 제3항이 규정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부칙 제4조 제3항이 허용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의 범위에 관하여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양 저작물이 동일성은 상실했지만, “양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양 저작물을 대비할 것이 아니라, 2차적저작물인 1975년판의 창작적인 표현이 2005년판에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1975년판에는 회복저작물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부분도 많이 있으나, 이를 제외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문체, 등장인물의 어투,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에서 표현방식의 선택을 통한 창작적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다수 있고, 이러한 창작적인 표현들이 2005년판에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1975년판과 2005년판에 차이점들이 있지만,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들의 양적ㆍ질적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05년판은 1975년판을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하였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2005년판이 1975년판과의 관계에서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이 정하는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5. 대법원 판결의 의의 2심은 위 부칙조항에 관하여 2차적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이용해야 한다고 하여 이용행위의 범위를 다소 좁게 해석한 반면, 대법원은 실질적 유사성이 있으면서 새로운 저작물이 될 정도가 아니라면 위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하여 허용범위를 보다 넓게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2차적저작물의 경우 단순한 복제물과 달리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번역저작물의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고, 회복저작물의 경과조치에 따른 이용범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