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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형사칼럼] 현장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수사와 재판을 보면서
등록일 2024. 06. 18.

 

필자가 경찰 재직 시절 순경 출신 직원이 한 말이 생각난다.

 

 

서장님은 고시로 경정 계급으로 들어오셔서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모르실 겁니다. 순찰봉 차고 도보순찰, 112신고 출동, 현행범 체포, 변사와 부검현장 참여, 고소ž고발 사건 직접조사 경험도 없으시지요. 그런데, 회의와 지시를 통해 하시는 말이 현장과 너무 동떨어진 지시가 많습니다.”

 

맞는 말이다.

 

승진을 목표에 두면 현장과 거리가 먼 인사권자와 가까운 부서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각종 지시, 보고, 회의서류 작성을 잘 해야 한다. 사건사고 실무경험보다는 문서작성, 편집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실적을 독려하기 위해 잦은 회의와 지시를 일선에 내려야 한다. 현장에 근무하면 승진은 커녕 징계를 당하기 쉽고,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인사고과도 잘 받지 못한다.

 

경찰만이 그럴까.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고소, 고발 등 이첩사건을 수사하는 속칭 검찰 형사부는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판부 역시 공소유지를 잘 해봐야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특수부 등 인지사건 수사를 하는 부서에 있어야 고생했다는 말도 듣고 승진도 잘 된다. 서울, 대검, 법무부 등 인사권자와 가까운 부서에서 근무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형사부, 공판부를 기피한다. 그런 부서에 기피하면 제대로 사건 파악을 잘 하지 않는다. 사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처벌받지 않아도 될 사람이 처벌받게 된다. 잦은 보강수사 지시, 재수사 지시 그리고 경찰의 송치의견서와 영장청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현재 검찰의 현실이다.

 

거기에 더해 부검현장에 검사가 입회하여야 하지만 입회를 하지도 않는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피의자조사 한번 하지 않고 그대로 기소한다. 사건 관련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되어 사건을 떠넘기기 일수다. 쟁점사건 관련 현장검증, 계좌추적, 통신수사가 필요한데도 등한시한다.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기획, 인지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기획, 인사, 지휘부서에 근무하다 보니 현장과 동떨어진 지시만 내린다. NATO(No Action, Talk Only). 현장체험이라는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한다. 현장직원과 현장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승진인사시 현장직원들을 알지 못하고 승진에서 배제된다.

 

법원은 어떨까.

 

변호사를 하다 보니 법관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사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사건기록을 살피고 사건 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법관을 만나면 모두가 승복하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관계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지 않는 법관을 만나면 전혀 예기치 않는 결론이 나온다.

 

필자는 법 이전에 현장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법 적용은 사실여부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사실여부는 증거에 의해 판단이 되는데 증거의 신빙성 여부가 중요하다. 많은 사건의 경우 문서,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이 있지만 진술증거가 법정에 많이 제출이 된다.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판단하기가 어렵다.

 

판사는 기록에 의해 검사와 변호사도 의견서에 의해 서류로 제출된다. 의견서에 기재된 내용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현장검증도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사건은 현장검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귀찮고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사건관계자의 진술을 청취하는 것도 사실파악에 중요한데도 말이다.

 

필자가 과거 장애인, 아동 학대 사건 변론을 하면서 어린이집과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을 직접 간 사실이 있었다.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의 경우 1, 2급 중증장애인을 복지사 1명이 48시간 담당하고 있었다. 목욕을 시키고 약을 먹는 과정에 저항이 심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젖먹이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 1명이 1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 아이들끼리 장난치고 때리고 말도 안 듣는 과정에 우발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선생님에게 대들고 욕설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선생님에게 방임학대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맘카페, 장애인단체 등을 통해 여론전을 하면서 문제가 된 교사들을 상대로 경찰, 인권위, 시청, 교육청 등에 진정과 고소를 제기한다.

 

이러한 사건을 판단하는 경찰과 검찰은 문제가 된 어린이집, 중증장애인 보호시설 등에는 가보지 않는다. 오로지 cctv와 당사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입건, 기소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당사자에게 증거수집을 요구하고 서류로 만들어 경찰, 검찰, 법원에 제출한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 사고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사람들은 현장을 잘 가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