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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가족법]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등록일 2020. 07. 03.


[가족법]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이지선 변호사




1.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제소요건에 대한 법률규정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 민법의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①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위 규정 중 제862조의 경우 제소권자는 “자 기타 이해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 민법 제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합니다.

2.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제소요건에 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은 친족의 친생관계존부를 법원을 통해 구할 권리가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위와 같은 종래 대법원의 입장이 변경되었습니다.

3. 변경된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안

A는 1909년 8월 10일 사망했고, 2010년 8월 15일 독립유공자로 결정됐습니다. A에게는 장남 B, 장녀 C, 차녀 D가 있었는데, 장남인 B와 그 배우자 및 자녀들, 장녀인 C와 그 배우자, 차녀인 D와 그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전에 모두 사망했습니다.

A의 장녀 C의 자녀인 E(즉, A의 손자녀)는 독립유공자 유족등록 신청을 했으나, 광주지방보훈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위 유족등록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하여, 확정되었습니다.

A의 장남 B의 손자인 원고(즉, A의 증손자)는 "E의 어머니 C는 증조부 A의 친생자가 아니다. 내가 독립유공자 A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돼야 한다"며 A와 C 사이, F(A의 처)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을 냈습니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려면 가장 나이가 많은 손자녀야 하는데, 원고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손자도 생존해 있었습니다. 즉, E의 어머니와 A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없다고 결정되더라도, 원고가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므로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은 민법 제865조 1항이 정한 제소권자만 제기할 수 있다"며 "제기권자는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중 민법이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이해관계인 등"이라면서 "이해관계인의 경우에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등을 개별적으로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4. 판결의 의의 및 전망

종래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이라면 누구나 친생자관계를 다툴 수 있도록 하였던 해석은 이미 40년 전의 대법원 판결이며, 이후 가족법 및 소송법은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가족과 친족은 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가족을 형성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친족이라도 하여도 이해관계 없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반하여 다투지 못하도록 한 것이,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라고 할 것입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정할 것인지,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 잡아 신분관계를 정정하는 것만으로도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할 것인지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