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AI와 저작권 - AI와 국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윤상원 변호사
1. AI와 Text and
Data Mining
최근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들이
생성형 AI와 관련한 이슈로 파업을 벌이면서 개봉을 기대 중이던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AI가 “허락 없이 작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출연도
하지 않은 실제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등 AI의 오용 가능성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것”(2023. 7. 22.자 법률신문 [이슈 인사이드] “AI가 저작권·초상권 침해”…
63년 만에 할리우드 작가·배우 동반 파업 중 인용)이
파업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AI가 효율적으로 구동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며, 이러한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AI가 학습을 하기 위한 정형적ㆍ비정형적 데이터의 수집과 수집된 데이터
중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AI 학습을 위하여 처리하는 행위(Text
and Data Mining, 이하 “TDM”)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대본을 생성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본을 수집하고 여기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처리하는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이러한 저작물 이용이 과연 「저작권법」상
정당한 이용인지 여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나 법 제도에 따라서 AI의
학습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TDM에 대응하는 방향에 차이가 있는데,
(i) 국내와 유사한 저작권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을 비롯하여 독일ㆍ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는 별도의 입법 등을 통하여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ii) 전세계적으로 저작권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은 새로운 입법보다는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일반 조항(미국 저작권법 제107조, 국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에
따라 소위 판례법을 통하여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구체적인 내용은, 박성호,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을 목적으로 하는 타인의 저작물의 수집ㆍ이용과 저작재산권의 제한” 제53면 이하, 「인권과 정의」(대한변호사협회, 2020. 12.) 참고). 2. 국내에서의 입법적 대응
AI의 발전에 따라 국내에서도 TDM에 대응하는 입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2021년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도종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107440호)을 보면, 다음과 같이 TDM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에 대한 면책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2107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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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조(정보분석을 위한 복제ㆍ전송)
①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분석기술을 통해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분석(규칙, 구조, 경향, 상관관계
등의 정보를 추출하는 것)하여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않는 경우에는 필요한 한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저작물에 적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만들어진 복제물은 정보분석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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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인 2023. 6.
8.에도 TDM에 대응하기 위하여 위 내용과 거의 유사한 취지로 「저작권법」 제35조의5 등을 포함하여 다수의 조문을 신설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황보승희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122537호)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2122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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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조의5(정보분석을 위한 복제ㆍ전송 등)
①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분석기술을 통하여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해석(패턴, 트렌드 및 상관관계 등의 정보를 추출ㆍ비교ㆍ분류ㆍ분석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정보분석”이라 한다)함으로써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하거나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다.
1. 해당 저작물에 대하여 적법하게 접근할 것
2. 해당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할 것
②
제1항에 따라 만들어진 복제물은 정보분석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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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와 같은
「저작권법」 개정안들은 모두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ㆍ한국방송작가협회ㆍ한국음악저작권협회ㆍ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등 다수의 저작권 관련 단체들이 반대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122537호)에
대한 국회의 검토보고서 등 참조}이나 TDM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됩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작가 파업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TDM은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이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하여 어떠한 방식이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공정이용 조항을 통한 대응
TDM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개정안 마련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소위 “공정이용”)를 통하여 TDM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공정이용 조항은 미국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도 미국 판례와 같이 TDM 등에 적극 적용하자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122537호)에 대한 국회의 검토보고서 제5면(각주6)은, “미국에서는 데이터마이닝 행위가 공정이용이라고 직접 판단한
사례는 없으나, 검색기능 제공을 위하여 책을 스캔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 공정이용을 적용한 사례들[1]이
있으며, 최근에는 저작물을 활용한 AI 학습에 대하여 권리자
측(게티이미지, 화가, 작가
등)에서 AI 업체들(스태빌리티AI, 미드저니, MS, 오픈AI, 메타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다수 제기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위 공정이용에 관한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①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저작권법」 제35조의5 제1항), ②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i) 이용의 목적 및 성격, (ii)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iii)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iv)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저작권법」 제35조의5 제2항). 이론적으로는, 공정이용에 관한 미국 판례법 이론을 국내 사례에 도입하는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논란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공정이용 조항 및 적용요건
등이 미국에서의 공정이용과 유사한 측면이 상당히 있으며, 정책적으로도 미국에서의 논의나 판례를 국내에
적극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미국 판례법에서
나타난 공정이용에 관한 논리 등을 TDM 사례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볼 여지와 필요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해석론과 별개로, 최소한 기업실무에 있어서 국내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조항으로 TDM에 대응하는 것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판례의 경향을 보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으로 저작권 이용을 폭넓게 허락하는 경우를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내 판례에서는 일반조항인 「저작권법」 제35조의5(소위 공정이용 조항)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공정이용의 요건 등을 상세히 설시하면서 그 적용을 긍정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설사 국내 판례에서 공정이용의 적용 등이 논의되더라도 다른 저작재산권 이용제한 규정(「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된 저작물의 이용 등)하에서 허락되지 않는 경우에 공정이용 조항만으로 저작재산권 이용을 긍정한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2] 또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의 요건이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요소가 있는데다가, 국내 판례에서도 그 해석 또는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을만한 선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TDM에 대하여도 국내 법원이 공정이용 조항을 수용할 것이라고 선뜻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나아가, TDM에서 공정이용 조항의 적용이 법원에서 부정되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한 보상금 등을 지급하고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 무단 이용에 따른 형사책임 및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모두 부담하게 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선뜻 기업실무에서 TDM 문제 해결에 공정이용 조항을 동원하는데
주저함도 있을 것입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논란이 될
경우 중도적인 타협책이 있는 것도 아닌 사안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4. 결론 “빅데이터ㆍ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등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저작물이 포함된 대량의 정보를 분석·활용하면서, 저작물 이용허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나, 현행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상이한 상황”이며, “이른바 ‘데이터마이닝’으로
불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 분석을 위한 저작물 이용에 대하여 법률에 명시적 기준을 마련하여, 추후
인공지능 기술의 저작물 활용 시 허용되는 범위와 저작권 침해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저작권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이용허락절차 및 사용료 지급 없이 이용 가능케 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거나(국회 검토보고서 중 한국방송작가협회 의견 주요 내용
중 발췌), “개정안은 헌법이 보호하는 창작자의 재산권을 조건 없이 희생하게 하는 것으로, 이 법이 시행되는 경우 창작산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국회 검토보고서 중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의견 주요 내용 중 발췌)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양측의 의견이 모두
일응의 설득력이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법률을 통하여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사회적 합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현행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 조항을 이용하여 TDM 이슈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사안에 따라서는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되는 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실무에서 공정이용
조항을 통한 TDM 이슈에 대응하고자 할 때에는 국내 법원의 입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1] Authors Guild v. Google, Inc., 804 F. 3d 202 (2d Cir. 2015)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이 대학도서관 소장 도서를 디지털 사본으로 만들어서 구글 북스(Google books) 서비스를 제공한 사건에 관한 판결입니다.
[2] 국내 법원의 공정이용에 관한 판례들을 정리한 문헌 자료로는, 이일호,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2022 저작권 학술대회(한국저작권위원회 등, 2022)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위 문헌은 국내 대법원 판례는 물론 방대한 하급심 판결에서 언급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한 사안을 상세히 검토ㆍ분석하고
있습니다. 위 문헌 제72면 역시 (i) 10년간 대법원의 공정이용 관련 판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음,
(ii) 공정이용의 ‘개별 요소’를 적극적으로, 또 개별적으로 검토한 판례를 찾기 어려움, (iii) 기존 제한규정(법 제23조
이하)하에서 허락되지 않는 이용이 공정이용에 의해 정당화되는 경우 거의 없음, (iv) 특히 인용(법 제28조)과의 구별이 불명확한 경우들 많음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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