丙은 甲에 대하여 가설자재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가설자재 인도청구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원심(인천지방법원 2022. 10. 28. 선고 2021나56704 판결)은, ① 甲과 乙의 합의에 따라 甲이 이 사건 가설자재의 사용권한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丙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였고, ② 丙이 乙에게 임대한 이 사건 가설자재는 甲이 乙로부터 구매한 것들과 함께 섞여 사용되어 丙 소유의 가설자재가
특정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丙의 가설자재 인도청구 및 이를 전제로 하는 대상청구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6165 판결)
가. 부당이득반환청구 관련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그
밖의 다른 사유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되지 않는 한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하여 여전히 차임청구권을 가지므로,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한도 내에서는 제3자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차임상당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다1032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차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은 제3자를
상대로 위와 같은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4다8200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면서, 丙의 ① 임대차계약이
존속될 때까지의 甲에 대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배척하였고(원심이 타당하다고 판단), ② 임대차계약 종료 후의 甲에 대한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는 ‘甲이
양도양수 합의에서 乙로부터 丙의 가설자재에 관한 권리를 양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인 丙의 동의가
없는 이상 甲은 그 합의로써 임대인인 丙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② 임대차계약
종료 후의 丙의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하여, ‘丙이 가설자재의 미반환과 관련하여 乙을 상대로 임대차계약
종료로 인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乙의 채무와 甲의 채무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할 경우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가 실제로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한 이상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건의 행사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하였습니다.
나. 가설자재 인도청구 관련
대법원은, ‘이 사건 가설자재는
일정한 재질, 규격을 갖추고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개성이 중시되는 물건이 아니라 종류물 내지
대체물로 볼 수 있고, 그 품목에 따라 규격과 수량으로 특정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중략)… 甲이 점유를 취득한 가설자재는 성질상 계속적으로 반복하여
거래되는 물품으로서 곧바로 판매되어 환가될 수 있다. 甲이 자신의 점유 취득 이후 가설자재의 멸실, 혼화 등을 이유로 丙의 소유나 甲의 점유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 등의 뒷받침 없이 일방적인 진술 등에만 터 잡아 丙의 소유나 甲의 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뜻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甲은 가설자재들을 화순군 소재 회사에 보관하였다가 甲의 여러 공장으로 분산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甲의 지배영역 내에서 구체적인 보관장소만 변경하였을 뿐, 점유를 상실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설자재 인도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4.
판결의 의의
임대차계약이 존속하고 있을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차임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임차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 임대목적물의 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된 경우, 임대인은 차임청구권이 없게 되므로, 임대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법리에서
볼 때에, 위 대법원 판시는 지극히 타당한 법리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거나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임대목적물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대인의 동의 없이(무단으로)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여 줄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임대목적물 미반환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고, 임대목적물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하는 제3자 역시 임대인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될 것인데, 위
대법원 판시는 임차인의 위 손해배상채무와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가설자재와 같이 일정한
재질, 규격을 갖추고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의 경우 ‘특정종류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특정종류물에 관하여 점유자가
일정량을 소비해 버린 경우라고 하더라도, 점유자의 점유를 쉽게 부인해서는 안 되고, 소유자의 소유 역시 쉽게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시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