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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노동] 회사 내 성희롱피해자를 도와준 직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부
등록일 2018 .03 .02


회사 내 성희롱피해자를 도와준 직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손해배상(기)]


이상도 변호사



□ 기초사실 및 쟁점

원고는, ① 자신의 상급자인 A가 자신을 성희롱하였고, ② 성희롱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상급자인 B가 자신에게 명예훼손성 발언을 하였으며, ③ 회사(피고)가 자신을 도와준 甲에게 정직처분을 하였음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① 甲에 대한 정직처분을 이유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② B의 조사과정상의 명예훼손성 발언에 대하여 피고가 사용자책임을 지는지 여부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1.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제3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쟁점 ①)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 11. 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이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을 직접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을 가까이에서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피해근로자 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 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남녀고용평등법령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 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 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피해근로자 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으로 말미암아 피해 근로자 등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러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업주는 민법 제763조 , 제393조 에 따라 이러한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사업주가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한 경위와 동기, 피해 근로자 등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이의제기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행위를 한 시점과 사업주가 징계처분 등을 한 시점 사이의 근접성, 사업주의 행위로 피해근로자 등에게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의 권리 행사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직후 도움을 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적으로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도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피고는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고 원고의 동료 근로자인 甲이 그 증거 제출 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곧바로 甲에 대해서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조치는 원고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피고로서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은 직후 이 사건 소 제기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준 甲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정직처분을 한 경위와 그 후의 경과, 피고의 고의나 의도, 피고의 위와 같은 조치로 원고가 입은 불이익과 이에 대한 피고의 예견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甲에 대한 정직처분이 원고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져 원고의 이 부분 청구의 당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관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단지 甲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의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사용자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 의무와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이 옳다.

2. 직장 내 성희롱을 조사하는 직원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쟁점 ②)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본문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하 ‘조사 참여자’라 한다)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도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 제17조 ,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성희롱 등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B는 이 사건을 조사하던 초기에 피해자인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는 그 발언 내용이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 간접적이고도 우회적인 방법에 의한 사실의 적시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수행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756조 에 따라 소외3의 사용자로서 소외 3의 위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나타난 B의 발언 내용과 그 경과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B의 위법행위와 사무집행 관련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책임이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시사점

위 대상판결은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관하여 회사가 대응해야 할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위 대상판결의 원심은 성희롱 피해자인 원고를 도와준 甲에 대한 부당한 징계처분을 이유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위 대상판결은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절차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동료 근로자의 조언 등 도움을 받는 경우에 사업주가 도움을 주는 근로자에게 적극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거나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한다면, 피해근로자 등도 인격적 이익을 침해받거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근로자 등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 피해근로자 등은 동료 근로자가 자기 때문에 불리한 조치를 당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 밖의 다른 근로자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어 피해근로자 등에게 도움을 주거나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심화되면 피해근로자 등은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직장 내에서 사실상 고립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피해근로자 등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리한 조치를 보고 구제절차 이용을 포기하거나 단념하라는 압박으로 느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이의하거나 구제절차를 밟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사업주가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함으로써 피해근로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사정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준 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처분이 갖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후,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였습니다.

즉, 위 대상판결은 성희롱 피해자를 도와준 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처분이 갖는 현실적인 문제(소위, 본보기 처분)를 법률적으로 제한하고, 이에 대한 법률적인 구제방법을 마련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 받는 여러 근로자들은 보다 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용주 역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조사함에 있어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언동을 하거나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인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사절차를 진행하고,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