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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근로조건] 갱신기대권과 전환기대권
등록일 2019 .11 .06


[근로조건] 갱신기대권과 전환기대권



김장식 변호사




1. 들어가며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은 처음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이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보다 향상시킨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즉 지금까지 기간제 근로자의 종전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한 판결은 다수 있었지만, 명시적으로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치 기간제 근로자들의 권리가 이전보다 강화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 같은 긍정적 측면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고, 법원이 오히려 불필요하거나 불분명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법리상 혼란만을 야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종전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

가.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다수). 따라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 고용 여부는 계약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사용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지고, 이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는 사용자의 계약 갱신 거절로부터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나. 이에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었고,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부터 일정한 유형의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계약 갱신을 거절하더라도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근로관계는 계속 유지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다. 이와 같이 부당해고가 되는 첫 번째 유형으로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단기의 근로계약을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해 갱신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 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가 된다는 법리를 정립하고 있었습니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등). 이는 근로계약기간 약정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에 규범적으로 접근해 그 기간의 약정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기간제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 법리가 보호하는 영역으로 편입하는 해석론입니다(도재형,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 가능성, 노동법연구 제42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17, 203면).

라. 다른 하나는,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한 것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 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이는 근로자가 기존의 근로관계를 통해 가지고 있는 장래 근로관계의 계속 기대권으로부터 근로관계의 갱신-존속의 효과를 발견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다룰 갱신기대권 법리를 구성합니다.

마. 대법원은 이와 같은 갱신기대권이 ①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②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바. 한편, 대법원은 위와 같은 계약의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2007. 7. 1.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위 규정에 의해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는바(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기간제법 시행 이전에 갱신기대권이 형성돼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기간제법 시행 후에 신규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에도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3. 정규직 전환기대권

가. 종전의 계약 갱신기대권과 달리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은 다시 정규직 전환기대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나. 위와 같이 전환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사실상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①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②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에 전환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갱신기대권이 전환기대권으로 바뀌었을 뿐 특별한 논리적 구조의 차이가 없습니다.

4. 정규직 전환기대권에 대한 의문점

가. 위와 같은 갱신기대권과 전환기대권의 판시 내용만을 살펴보면, 사실 갱신기대권과 전환기대권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위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사안에서 근로자는 2010. 10. 26.부터 2012. 10. 25.까지 2년의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 만료 1개월 전에 재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인사평가를 실시했는데, 인사평가는 정규직 승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고, 사용자는 이와 같은 인사평가를 통해 대부분의 기간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에 원심은 ①기간제 근로자 고용형태 중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는 정규직 채용 전 검증기간이 필요하다는 인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우선 기간을 정해 채용한 후 계약기간 만료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점, ②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 온 점, ③실제로 이전에 정규직 전환을 원했던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후에도 기간이 만료된 일반직 기간제 근로자 전원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제공된 점, ④해당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규직 승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계약만료일 1개월 전에 인사평가를 실시했던 점 등을 종합해, 해당 근로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나. 그런데 해당 사안에서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사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른 것입니다. 즉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단서 사유가 없거나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고 있고, 해당 사안의 근로자의 경우에도 이미 2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통해 계속 근로를 한 상태이므로 다시 근로계약을 갱신하게 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과 그 결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사안입니다.

다. 통상 권리란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을 말합니다. 이에 더해 기대권이라 함은 장래에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면 일정한 법률적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나 희망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는 법률효과입니다. 따라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법률효과에 대해 법률의 내용과 다른 별도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라. 사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전환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그 설시하고 있는 내용에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이는데, 갱신기대권에 반한 사용자의 계약 갱신 거절이 무효가 되면 계약기간 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과 동일한 내용으로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간주되고, 이에 따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받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는 효과가 따라온다는 점은 이미 확립돼 있는 법리입니다.

마. 사실 전환기대권을 인정하기에 유효-적절한 것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의 사용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경우라 생각됩니다. 즉 기간제법은 제4조 제1항에서 ①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②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해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③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④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⑤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⑥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의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근로자에 해당하면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더라도 기간제법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환기대권은 이와 같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에 대해 인정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5. 나가며

이미 법률에 의해 보장된 권리를 판례가 별도의 권리로서 인정하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마치 새로운 별개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혼란을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미 1년씩 두 번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두 번째 근로계약의 종료시점에 1년의 추가 근로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갱신기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전환기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판례의 표현상 그 인정요건은 형식적이나마 구분된다고 볼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인정기준을 통해 판단할 것인가요? 각 기대권이 별개의 것이라면, 이는 소송물이 다른 것인가요 아니면 공격 방법의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여하튼 갱신기대권과 전환기대권 사이에는 그 구체적 내용의 차이가 보다 분명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