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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민사] 질권이 설정된 채권의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질권의 효력범위
등록일 2020. 05. 12.


[민사] 질권이 설정된 채권의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질권의 효력범위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235411 판결



김윤기 변호사




1. 사실관계

가. 甲회사는 2009. 4. 27. 乙로부터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합니다)을 임대차보증금 18억원, 임대차기간 2009. 4. 27.부터 2011. 4. 26.까지 2년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乙에게 임대차보증금 18억원을 지급하였습니다.

나. 甲회사는 2009. 10. 29. 모회사인 E회사가 원고에 대해 부담하는 사채금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乙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원고 명의의 근질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다. 甲회사는 2012. 3. 21. 위 乙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한 담보조로 乙로부터 乙 소유인 이 사건 건물 및 그 부지에 관하여 채무자 乙, 근저당권자 甲회사로 된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합니다)을 설정받았습니다.

라. 乙은 피고와 협의이혼 후 2012. 7. 6. 피고에게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습니다.

마. 甲회사와 피고는 2012. 12. 27. 해지를 원인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습니다.

바. 甲회사와 乙 사이의 임대차계약 시 저당권 설정에 관한 내용은 없었고, 원고와 甲회사의 근질권설정계약 시 乙에 대한 확정일자부 통지 또는 승낙을 받아줄 의무, 임대차계약상 제반 권리의 양도∙담보제공 금지, 임대차계약의 갱신 또는 재계약체결 금지 등 질권설정자의 의무나 질권의 실행 조건, 실행방법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였음에도 저당권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사. 甲회사의 실질적 경영자이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채무자인 乙은 사실심 진행 중 ‘원고를 위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 아니라 회계감사 등을 위하여 설정하였고 피고에게 재산분할을 해준 뒤 기존 선순위 근저당권이 실행될 위기에 처하자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새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도 원고의 근질권의 효력이 미치므로, 甲회사와 피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것은 원고의 근질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회복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서울고등법원 2016. 6. 10. 선고 2015나2023077 판결)은,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후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저당권에 질권을 설정하기로 하는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저당권의 부종성 원칙에 따라 당연히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는 전제 하에, 이러한 경우 민법 제348조(‘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가 유추적용되지 않아 원고가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원고의 근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원심은, 甲회사와 피고가 근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것은 원고의 근질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원고는 그 방해배제청구로서 부적법하게 말소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회복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과 판단을 달리 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235411 판결).

3. 대법원의 판단

가. 저당권부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음에도 저당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는지 여부

민법 제361조는 ‘저당권은 그 담보한 채권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피담보채권을 저당권과 분리해서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채권담보라고 하는 저당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저당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저당권도 함께 처분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33997 판결,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다615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이는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는다. 이는 저당권과 분리해서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한 경우 양도인이 채권을 상실하여 양도인 앞으로 된 저당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과 구별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이 때 저당권은 저당권자인 질권설정자를 위해 존재하며, 질권자의 채권이 변제되거나 질권설정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질권이 소멸한 경우 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나.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 없이도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는지 여부(민법 제348조의 유추적용 여부)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정한다.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을 때 저당권의 부종성으로 인하여 등기 없이 성립하는 권리질권이 당연히 저당권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공시의 원칙에 어긋나고 그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양수하거나 압류한 사람,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 등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질권의 부담을 줄 수 있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한 때에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법 제186조에서 정하는 물권변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민법 제348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당사자 간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해서는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되었더라도,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으면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다. 사안의 판단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질권자인 원고와 질권설정자인 甲회사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 점에서도 원고의 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질권이 설정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저당권부 채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거나, 무담보의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해당 채권의 담보를 위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모두, 원칙적으로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도 미친다고 보는 것이 원칙적∙합리적이지만, 예외적으로 질권자와 질권설정자의 의사에 따라 질권설정자 명의의 저당권에 대해서는 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할 수도 있다 할 것이며, 그러한 해석이 저당권의 부종성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저당권부 채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민법 제348조가 직접 적용되고, 무담보의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해당 채권의 담보를 위한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 되므로, 어느 경우에나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위해서는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즉, 질권의 부기등기는 창설적 등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저당권부 채권에 대하여 질권이 설정되거나, 질권이 설정된 (무담보)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저당권에 대해서도 질권의 효력이 미치기 위해서는 (i) 질권설정자가 그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으로부터 저당권을 설정받는 과정에서, 질권자에게까지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소극적 요건), (ii) 민법 제348조에 비추어 저당권설정등기에 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였을 것(적극적 요건)이라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