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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제16호_정보통신 최신판례] 경쟁사의 데이터를 검색로봇을 통해 복제하여 무단이용한 사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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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 03. 25. | ||
경쟁사의 데이터를 검색로봇을 통해 복제하여 무단이용한 사건 윤복남 변호사 요새 취업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그만큼 취업에 관련되는 채용정보 제공 인터넷사이트들의 경쟁도 치열한 것 같다.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 있어서 이를 소개한다. 다만, 양자 모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중이므로 항소심에서 향후 법적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전제한다. 1차 분쟁과 조정결정 A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채용정보 사이트에 게시된 구인정보를 무단으로 경쟁사인 B사가 복제하여 B사 운영 사이트에 게시하자, 이에 대해 2010년에 소송을 제기했다(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서의 권리,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상 온라인콘텐츠제작자로서의 권리,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 법원은 2011년 5월경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고, 양사가 이의를 하지 않아서 해당 결정은 확정되었다. 그런데, 2011년 11월경 A사는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B사가 법원의 조정결정을 위반했으므로 간접강제 결정을 해달라고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에 따라 다시금 조정결정을 하여서 채용정보 무단복제 금지와 위반시 채용정보 1건당 5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 결정을 추가하였다(이 때는 양자 동의로 임의조정 성립). 2차 분쟁과 조정결정 위반 여부 A사는 2015년 3월 다시금 B사가 위 최종 조정결정을 위반하여 400건의 채용정보를 불법으로 게재했다고 하면서 해당 채용정보의 HTML 소스를 폐기할 것, 위반행위에 대한 간접강제금 2억원을 지급할 것 등을 청구하였다(엄밀하게는 2억원에 대한 집행문 부여를 구하는 청구를 함). 이에 B사는 문제되는 400건 중 396건의 경우 검색로봇에 의한 크롤링(crawling) 방식으로 복제한 것은 맞으나, 이는 보편적인 IT기술로서 인터넷 관련 업계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영업수단으로서 B사는 먼저 크롤링 방식으로 A사의 채용정보를 복사한 후, 그 중 유의미한 채용정보를 선별한 다음 개별 구인업체로부터 동의를 받아서 해당 채용정보를 B사 고유의 방식으로 입력하였으므로 조정결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나머지 4건은 구인업체가 올린 것으로 법원에 의해 인정됨).
그러나, 법원에서는 위 조정조항 1항의 밑줄부분을 보면 위 조정결정이 크롤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 A사 웹사이트에 게재된 정보를 보고 피고 B사 직원 등이 B사 웹사이트에 직접 입력하거나 기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았다. 아울러 (1) 2011년 11월경 간접강제 청구 사건에서 B사 답변서에 크롤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점, (2) B사는 A사로부터 복제된 정보를 다시 B사 분류 체계상의 항목에 맞추어 입력하여 일정한 방식의 편집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A사 정보와 오타까지도 동일하거나 A사 회사명이 언급되는 등 그대로 복제한 것이고, 여기에 일부 HTML 소스를 삭제하거나 웹사이트 색상, 문양 등 외관에 변형을 가했다고 하더라도 채용정보를 직접 입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결국 법원은 B사의 크롤링을 이용한 무단복제 행위가 기존의 조정결정에 위반되는 행위이므로 396건의 위반행위에 대해 1회당 50만원의 간접강제금 합계 1억 9,800만원의 강제집행을 진행하도록 명한다.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A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HTML 소스가 메뉴의 구성, 정보의 배열, 웹페이지 구성 등에서 A사 고유의 저작물이므로 B사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원고의 HTML 소스 중 텍스트 부분은 채용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채용관련 정보라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사상 또는 감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명령어 부분은 채용정보를 화면에 표시하기 위한 문법을 기술한 태그에 불과하여 저작권으로 보호할만한 창작성 있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나아가 원고 웹사이트 HTML 소스가 나타내는 화면은 채용 관련 정보의 메뉴구성이나 정보의 배열, 내용 등에서 일반적인 채용정보 사이트의 구성 및 내용과 매우 유사하고,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서 법원은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 A사는 본건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차목 상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차목’은 2013년 7월 30일부터 새로 시행된 조항인데,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로 본 조항이다. 법원은 A사 주장을 받아들여 B사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보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채용정보 사이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얼마나 많은 채용정보 게시글을 확보하느냐여서 A사는 마케팅 및 개발 비용을 지출하여 채용정보를 개별 구인업체들로부터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양식에 맞추어서 새롭게 HTML 소스로 작성하였으므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이뤄진 점, (2) A사 웹사이트 하단에 ‘무단전재 또는 재배포, 재가공을 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안내된 점, (3) A사는 웹사이트에 정상적인 검색로봇의 적법한 선별적 크롤링만을 허용하고 있고, B사와 같이 정체를 숨기고 원고 웹사이트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복제한 후 출처를 삭제하는 방식의 크롤링을 허용하지 않는 점, (4) B사는 가상사설망을 쓰는 VPN업체를 통하여 IP를 분산시켜서 검색로봇에 피고의 정체를 명시하지 않고, 크롤링 금지를 표시한 robots.txt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크롤링하여 정상적인 크롤링 기법과 차이가 있는 점, (5) 기존 조정결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점, (6) A사가 상당한 마케팅비용을 들인 정보를 별도 비용없이 무단 복제하여 A사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점. 법원은 이에 따라 B사에 대해 무단복제한 A사의 HTML소스를 폐기하고, 향후 복제를 금지할 것을 명하였으나, A사가 추가로 주장한 부정경쟁으로 인한 손해배상 5,000만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A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는 B사의 침해로 인한 것 이외에도 시장 상황, 새로운 매체의 출현, 마케팅 정책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서 손해가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해 A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판결에 대한 소감 이 판결을 보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전쟁에 가까운 업체간의 경쟁에서 크롤링의 한계가 명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크롤링 자체에 대해 깊숙한 논의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업체의 정보를 무단으로 빼내서 이를 이용한 유형의 크롤링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한계를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둘째, 부정경쟁행위의 인정 폭이 점점 더 넓어지는 추세이다. 특히 2013년 이후 도입된 차목은 게임 아이디어,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한 자료, 유사한 명칭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데, 본건과 같이 저작권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HTML 소스에 대해서도 데이터베이스나 온라인 디지털콘텐츠로서의 보호 이외에 부정경쟁행위로도 인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한계가 도대체 어디까지 인지 궁금해진다. 이제 부정경쟁행위(차목)는 모든 지적 산물의 최후의 보충조항으로 매우 넓은 그물망으로 작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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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전문가
윤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