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11호_법률칼럼]
영화 ‘베테랑’에서 본 ICT 이슈
윤복남 변호사
최근 천만영화로 등극한 ‘베테랑’을 보았다. 황정민의 화끈한 액션과 함께 극악한 재벌 3세 유아인의 연기에 감동하면서 2시간의 런닝타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갔다. 왜 천만영화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화려한 액션과 함께 정보통신 시대에 걸맞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은 유의하실 것!).
[장면1] 중고차를 팔면서 위치추적기를 붙인 후, 해당 중고차를 다시 훔쳐서 도색이나 차대번호를 모두 바꿔서 러시아로 수출하는 장면
[장면2] 재벌 3세 유아인이 화물차 기사 정웅인을 하청업체 소장과 ‘권투’(일방적으로 맞는 것이었지만)를 시키자, 상무 유해진이 관제실에 CCTV를 끄라고 지시하는 장면
[장면3] 정웅인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된 것이라는 것을 정웅인 아내의 휴대폰 문자에 대한 의심(장문의 글과 맞춤법)과 유아인 보디가드의 최초 119 신고시각에서 단서를 얻는 장면
[장면4] 황정민이 유아인과 마지막 격투장면에서 주변 CCTV와 행인들의 휴대폰 촬영을 통해 일방적으로 맞는 증거를 수집하는 장면
이제는 위치추적기나 CCTV, 휴대폰 통화기록, 휴대폰 동영상 촬영 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ICT가 영화 전개의 상당부분에 영향을 준 장면들이다. 가히 현재 ICT 수준에 걸맞는 액션영화라고 할만하다.
여기서 하나 살펴보자. 위 [장면2]에서 선진그룹 회사 상무 유해진이 회사 관제실에 연락하여 CCTV를 끄게 한 것이 위법일까?
필자 생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공개된 장소가 아닌 기업 임원실(유아인 방) 내에서의 CCTV 촬영은 법적 통제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끄고 켜는 권한 역시 해당 기업에 있다고 본다. 한가지 검토할 점은 증거인멸죄인데, 이미 촬영된 CCTV 영상파일을 삭제한 행위라면 증거인멸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아예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증거인멸이라고 보기 어렵다. 형법에서는 죄형법정주의라고 해서 명백하게 죄에 해당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하나 더 살펴보자. 이제는 영화가 아닌 실제상황이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터파크 탈의실 몰카를 촬영한 범인을 추적한 과정을 보면 가히 정보통신의 활용이 돋보였다. 동영상을 분석하여 샤워장 내의 거울에 1명의 여성이 비친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영상 촬영시점의 각 워터파크 기지국 통신망에서 동일한 휴대전화번호가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범인이 특정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해당 범인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워터파크 4곳의 입장권을 구매한 내역까지 확인되었으니 그야말로 수사과정에서 정보통신 기기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사건사고 발생시 길거리 CCTV를 뒤지는 것은 이미 수사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 CCTV와 같은 첨단 정보통신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은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단지 영화 속의 장면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첨단 정보통신 기기들을 사회에 도움이 되게 유익하게 사용하는 일 역시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