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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제8호_판례 소개] 타인의 저작물 제목을 내가 창작한 작품의 제목에 사용해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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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 05. 14. |
[뉴스레터_지식재산권_제8호_판례 소개] 타인의 저작물 제목을 내가 창작한 작품의 제목에 사용해도 될까요? 문건영 변호사 ‘캣츠’는 1981년 런던에서 시연되어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20년 가까이 공연된 뮤지컬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대법원은 2015년 1월, 피고가 ‘어린이캣츠’, ‘뮤지컬 어린이캣츠’ 등의 제목으로 공연을 한 것은 캣츠를 한국에서 독점적으로 공연할 권리를 갖는 원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3507 판결). 원심인 고등법원은 2012년에 위와 같은 행위가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3년 만에 이를 파기하여 원심 법원에 환송한 것이다. 환송심 법원은 지난 4월 2일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대해 현재 피고가 다시 상고를 한 상태다. 자문을 하다 보면 책이나 영화, 시의 제목을 자신의 창작물의 제목으로 써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만일 이러한 제목의 사용이 ‘널리 알려진 다른 사람의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를 사용해서 출처의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에 해당할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는 부정경쟁행위로서 금지된다. 이에 해당하려면, 타인의 작품 제목이 널리 알려진 것이어야 하고, 자신의 작품 제목이 타인의 작품 제목과 혼동도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저작물의 제목은 그 창작물의 내용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와 다르다. 예를 들어 책의 내용이 서양사에 관한 것이라면, 제목을 ‘서양사’라 지을 수 있다. 책의 제목은 이보다 더 추상적으로 붙일 수도 있다. 만약 작가가 소설의 제목을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지었다면, 그것이 작품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창작물의 제목이 그 내용을 직접 또는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제목과 같아지게 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저작물의 제목을 사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가 되는 것일까.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자기의 영업을 나타내는 표지를 다른 유명한 영업표지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소비자가 그 유명한 영업표지와 혼동하게 만드는 반윤리적인 경쟁을 막으려는 것이 그 취지다. 따라서 어떤 표지의 사용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려면 우선 자신의 표지가 자기의 영업을 다른 사람의 영업과 구별해 주는 표지 기능을 해야 한다. 즉,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뮤지컬 CATS에 관한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결이 갈린 것은 이에 관한 판단 때문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뮤지컬은 각본ㆍ악곡ㆍ가사ㆍ안무ㆍ무대미술 등이 결합되어 음악과 춤이 극의 구성ㆍ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저작물의 일종으로서, 그 제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뮤지컬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또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그치고 그 자체가 바로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항소심 법원에서도 대동소이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뮤지컬은 그 제작ㆍ공연 등의 영업에 이용되는 저작물이므로, 동일한 제목으로 동일한 각본ㆍ악곡ㆍ가사ㆍ안무ㆍ무대미술 등이 이용된 뮤지컬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뮤지컬이 제작ㆍ공연된 경우에는, 그 공연 기간과 횟수, 관람객의 규모, 광고ㆍ홍보의 정도 등 구체적ㆍ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뮤지컬의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뮤지컬의 공연이 갖는 차별적 특징을 표상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ㆍ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면” 그 뮤지컬의 제목은 단순히 창작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칭에 머무르지 않고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사정을 참작해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CATS’의 영문과 한글 표지(‘이 사건 표지’)는 타인의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뮤지컬 CATS’는 적어도 2003년부터는 그 저작권자 및 그로부터 정당하게 공연 허락을 받은 원고에 의해서만 국내에서 영어 또는 국어로 제작ㆍ공연되어 왔다. 그리고 그 각본ㆍ악곡ㆍ가사ㆍ안무ㆍ무대미술 등에 대한 저작권자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일정한 내용과 수준으로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영어로 된 뮤지컬 CATS의 내한공연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수원,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에서 이루어졌는데, 그 횟수가 2003년 191회, 2004년 58회, 2007년 140회, 2008년 172회 등이다. 한국어로 된 뮤지컬 CATS의 공연도 전국에서 이루어졌는데 그 횟수가 2008년 146회, 2009년 59회, 2011년 수십 회 등으로, 그 공연 기간과 횟수가 상당하다. 2003년부터 약 5년간 위 공연을 관람한 유료관람객 수가 849,859명에 이르고, 위 공연과 관련하여 문화방송의 텔레비전 광고 등 언론을 통한 광고ㆍ홍보도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표지가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ㆍ공연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인 항소심 법원은 거의 같은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이 사건 표지가 원고를 출처로 하는 뮤지컬 캣츠라는 공연상품 또는 그 공연업에 관한 식별표지로서 기능하였다기 보다는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그 제명으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어떤 제목이 영업표지로 기능하는지를 실제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또한 창작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제목이 영업표지로 사용되었는지의 판단도 각각의 종류마다 달라질 수 있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영절하’)의 저자에 대해, 대법원은 서적의 겉표지 등에 표기된 저자의 이름이 일반적으로 그 저술업의 활동주체를 나타내는 것이고, ‘영절하’는 신청인(저자)이 창작한 저작물 또는 그 저작물을 담고 있는 서적이라는 상품 그 자체를 가리킬 뿐 신청인의 저술업이라는 영업의 표지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4. 7. 9.선고 2002다56024 판결). 한편, 제목의 사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이나 상표권의 침해 여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제목은 독립된 사상, 감정의 창작적 표현이 아니라고 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하지 않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상표권에 대해서는, 특히 서적류의 제목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이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등록 상표를 정기간행물이나 시리즈물의 제호로 사용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사용 태양, 사용자의 의도, 사용 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실제 거래계에서 제목의 사용이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서 인식될 경우 상표권의 효력이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다22770 판결). 만일 누군가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표지로 책을 지정상품으로 해서 상표등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일회성의 소설 제목으로만 이를 사용한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