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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건설부동산]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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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 05. 01. |
도종호 변호사 1.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입장 부동산 이중매매란 매도인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매도하였으나,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그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경우를 말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인 계약금만 수령한 경우에는 타인(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으나(대법원 1976. 5.11. 선고 76도679 판결 등 다수 판결) 중도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되어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즉 대법원은 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는 매수인의 재산보호를 본질적으로 내용으로 하는 타인의 사무라고 보아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이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양도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면서 매도인이 더이상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중저당의 문제도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아무런 위임관계 등이 없는 까닭에,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서 과연 형법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하여는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대법원의 입장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산(動産)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2011년 1월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즉 대법원(다수의견)은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2.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에 대한 문제점 이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중도금 지급에 따라 배임죄의 성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거래형태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동산 거래에서 중도금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고, 선진 각국에서는 공증인의 관여나 각종 보험 제도와 에스크로 계정 활용 등이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한편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에 있어서 중도금 지급을 통하여 배임죄 성립가능성의 장치를 만들어 놓은 후 이중매매를 방지하는 것도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즉 부동산 이중매메에서 매도인의 배임죄 성부에 관한 기존 판례의 입장은 제2 매매계약의 사법상 효력 등 민사법 이론과 실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쟁점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거래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단순히 형사법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민사 및 법경제학적 측면에서 분석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부동산 거래 방식 선진화·변경 등 거래 실무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력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이고 공증인 제도나 에스크로제 도입 등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땅을 산 사람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3. 대법원의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공개변론 진행 피고인은 2014. 8. 자신의 소유 상가를 매수인에게 13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중도금으로 총 8억원을 받았지만 기존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서 잔금지급이 미뤄졌습니다. 2015. 4. 피고인은 다른 사람에게 해당 상가를 15억원에 팔았고 이에 피고인은 배임 혐의로 기소가 되었는바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동산 매매에 관한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에 관한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명의수탁자의 횡령죄 성부에 관한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들며,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 받아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타인의 사무처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부동산을 이중 매도할 당시 매수인과의 사이에 형법상 보호가치 있는 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인정할 만한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검찰이 상고하여 상고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2017도4027). 대법원은 현재 대법원에 관련 유사사건이 27건 계류중이고 하급심에서도 동일한 쟁점의 유사사건들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로 인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 관하여 2018. 3. 22. 공개변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검찰은 "중도금을 받으면 매매계약의 임의 해제가 불가능한 만큼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어도 등기협력의무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검찰 측 참고인인 김성룡 경북대 교수도 "부동산 계약금 이후 중도금 단계로 넘어가면 매도인은 타인의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지위가 발생한다"며 "쌍방 합의가 아닌 매도인의 일방적인 파기라면 범죄로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부동산 이전등기 절차는 매도인과 매수인 등 양당사자가 각각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타인을 위한 사무가 될 수 있지만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일정한 행위를 해야 하는 의무인 채권으로 볼 수 있을 뿐 '타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고 변호인 측 참고인인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상의 형법적 시스템이 있는 만큼 법익 보호는 최우선이 아니라 최후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4.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부에 대한 전망 과거부터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은 계속되었는바, 우선 매도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해를 끼쳤을 때 처벌하는 범죄인데 땅 주인이 잔금을 받고 매수인에게 등기를 해주는 것은 자신의 사무, 최소한 타인을 위한 사무일수는 있어도 ‘타인의 사무’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한 사적인 거래에 국가형벌권이 간섭하는 것 역시 형벌권의 남용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중도금 지급을 기준으로 등기협력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또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도금을 주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거래 관행은 법률적 근거도 없고,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인바 배임죄 처벌로 거래를 강제하지 않고 유리한 조건·가격에 따라 얼마든 거래 상대방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면 오히려 ‘계약금-잔금’으로 거래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거래안전에 대하여는 위약금 강화 등으로 충분히 매수인을 보호할 수 있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비판에 대하여 대다수 거래가 중도금 관행에 따르고 있어 기존 판례가 바뀔 경우 매수인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매끄럽지는 않지만, 매수인 보호를 위한 거래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판례 변경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은행연합회도 민사절차로 매수인 보호에 나설 경우 대출심사 강화 등 거래비용 증가가 뒤따를 수 있다며 사실상 기존 대법원 입장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배임죄 성부에 관하여 판례가 변경될지 여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법원에서도 이에 대하여 계속적인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대법원에서도 공개변론을 진행하였는바,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변경될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부동산 이중매매시 배임죄 성부에 관한 판례가 변경된다면 부동산 시장,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 및 금융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중도금 지급 이후에도 이중매매를 하더라고 형사적 처벌가능성이 사라질 경우 이를 막기 위하여 위약금 규정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중도금 제도가 사라지고 계약금과 잔금의 형태로만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특이하게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발달하고 있는 에스크로 제도가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고, 금융기관의 대출형태도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분양시장 및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중도금 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형될지 및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심도 깊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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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