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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공정대표의무 대상과 판단 기준
등록일 2019 .01 .02


공정대표의무 대상과 판단 기준



이경우 대표변호사




1. 들어가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간 창구단일화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교섭 절차가 2011년 7월 시행된 이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복수노조 하에서의 노사관계에서 벌어지는 쟁점 중 하나는 단연 공정대표의무와 관련된 것으로, 그 이유는 구체적인 내용 없이 단지 공정대표의무의 준수만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빌어 공정대표의무의 대상과 판단기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사례 - 대법원 2018.8.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시내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A사 등 7개 버스업체 사업장에는 상급 단체를 달리하는 갑 노총 계열 노조와 을 노조의 지부가 각각 설립되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개정 전에는 개별적으로 단체 협약을 체결해 오다가 2012년 7월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적용되면서 갑 노총 계열 노조들이 A사 등의 교섭대표노조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A사 등은 교섭대표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갑 노총 계열 노조들에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도 갑 노총 계열 노조들에만 연 2,000시간씩 부여했으며, 을 노조 각 지부에는 배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통해 을 노조 지부에도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은 재분배됐으나, 7개사 중 3개사는 여전히 을 노조 지부에 대한 노조 사무실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을 노조는 노조사무실 제공 의무 이행 및 공정대표의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1, 2심을 거쳐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1)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돼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

2) 한편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해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공정 대표 의무의 대상과 판단 기준

가. 공정대표의무의 적용 대상

공정대표의무의 수규 대상자는 교섭 대표노조와 사용자이고, 공정대표의무의 객체는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 및 조합원이며, 그 내용은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지 않는 것입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 4). 실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의 대상-범위'와 '합리적 차별 여부의 판단 기준'에 관한 것입니다.

위 판결은,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라면서,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돼야 한다고 설시합니다. 즉, 공정대표의무는 실체적인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이에 이르는 절차적 과정에 있어서도 준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 노동조합법은 '교섭 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정대표의무의 대상이나 범위 즉, 공정대표의무가 단체 협약의 내용이나 적용을 둘러싼 실체적 부분뿐만 아니라 단체 교섭 과정이라는 절차적 부분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 판결은 공정대표의무가 단체 협약의 내용이나 이행과정뿐만 아니라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준수돼야 한다는 점 -즉 조합활동의 전 과정, 노사관계의 모든 영역이 그 대상 범위임- 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해 문제되는 것들은, 단체협약의 내용에서 조합원 범위, 가입 대상, 자격, 근로시간 면제한도 및 면제자 전임자 대우, 유니온 숍 문제 등 단체협약의 이행 및 조합 활동과정에서 조합비 공제, 조합 활동 인정 요건, 일상적인 조합 활동의 보장과 고충 처리에서의 차별, 쟁의행의 대상자 선정, 노사협의회 위원 선정, 노조 사무실, 노조 게시판 등 편의 제공,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 요구안에 대한 의견수렴, 교섭경과 및 교섭결과의 통지 설명, 교섭의제 선정 문제 등입니다.

교섭 과정상의 절차적 기준과 관련해 중앙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한 바 있습니다. 교섭대표노조는 교섭 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등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섭 요구안 결정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에게는 교섭요구안 의제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봐야 하므로, 구체적인 의제나 개별적인 협상 절차에까지 무조건적으로 소수 노조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거나 참여를 보장해야 할 의무까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절차적 보장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거나 특별히 소수노조에게 핵심적이고 중요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등 신의 성실의 원칙에 비춰 교섭 대표 노조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중앙지법 2016.7.21. 선고 2014가합60526 판결).

나. 공정대표의무의 판단 기준

과연 사용자가 어느 정도까지 조치를 취해야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될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사례에 대한 해석과 판례가 집적됨으로써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기준이 확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이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공정대표의무가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고, 교섭 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할 수 있는 근거라는 점', 중앙지법이 제시한 '교섭 대표노조로서의 신의성실의 원칙', '차별 취급의 내용이 노조의 기본적인 활동에 관한 것일 때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 '교섭 내용의 변동성과 재량권 남용 여부'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전제하에 다음과 같은 합리성 판단 기준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실체적 측면 : 차별상태 초래 원인의 합리성 여부, 차별적인 상태가 지향하는 목적, 차별 상태의 발생 원인이 다양한 쟁점에 대한 이익의 합리적 조정 결과인지 여부, 교섭대표노조의 소수노조에 대한 적대감 여부, 소수 노조에 대한 정보의 은닉 내지 거짓된 정보의 제공 여부 등

2) 절차적 측면 : 교섭대표노조가 각 참여 노조의 교섭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려 노력했는지 여부, 교섭 과정-협약 운영과정에서 소수 노조에 대한 통지 의무, 설명의무, 정보 제공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등

4.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구제명령, 사법상의 효과

교섭 대표노조 및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소수 노조 등의 신청이 있을 경우,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구체적 태양에 따라 다양한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 협약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협약 내용의 변경이나 효력을 중지시키는 결정 등을 할 수 있고, 행정 관청 또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 협약에 대해 법 위반으로 노동조합법 제31조 제3항에 따른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단체 협약의 사법상 효력에 대해서는 의논이 있지만 주류적인 학설과 판례는 그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 한, 공정대표의무 위반 그 자체로 사법상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법 위반의 불법 행위로서 그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은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가 부진정 연대 책임의 관계에 있습니다.

5. 부당노동행위와의 관계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있을 경우, 이와 별도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는가?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에의 지배 개입, 불이익 취급,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에 형사 처벌합니다(노동조합법 제90조). 공정대표의무 위반은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수 노조에 대해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것이므로, 나아가 그 내용이 소수 노조 활동에 대한 불이익 취급이나 지배-개입 행위가 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것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차별적 취급의 내용은 교섭대표노조와 합의해 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라 할 수 없고 다만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에게 차별적 취급의 내용을 강요한 경우에 한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논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교섭대표노조와 합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는 한 부당노동행위로 봄이 타당합니다. 이 경우 교섭 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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