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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행정] 공공기관의 자체규정에 따른 계약상대자에 대한 제재가 행정소송의 대상인지 여부
등록일 2020. 07. 03.


[행정] 공공기관의 자체규정에 따른 계약상대자에 대한 제재가
행정소송의 대상인지 여부


-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두66541 판결



도종호 변호사




1. 사실관계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피고’라고만 함)는 피고가 실시한 구매입찰에서 A사(이하 ‘원고’라고만 함) 등이 담합행위를 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자, 위와 같은 담합행위를 이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고만 함)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는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이유로 피고의 내부규정인 공급자관리지침에 근거하여 공급자등록취소 및 10년의 공급자 등록제한조치(이하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라고만 함)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1심 및 항소심에서의 판단

이에 대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6구합71447) 및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7누38050)은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행정청인 피고가 이미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2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은 원고에 대하여 다시 법률상 근거 없이 자신이 만든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서 정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상한인 2년을 훨씬 초과하여 10년간 거래제한조치를 추가로 하는 것은 제재처분의 상한을 규정한 공공기관운영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함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을 근거로 들면서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기업으로 지정됨으로써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으로서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해당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위하여 일정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계약해지, 위약벌이나 손해배상액 약정, 장래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 등의 제제조치를 약정하는 것은 상위법령과 법의 일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며, 그러한 계약에 따른 제재조치는 법령에 근거한 공권력의 행사로서의 제재처분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라고 하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어떤 제재조치가 계약에 따른 제재조치에 해당하려면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그러한 제재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공공기관과 그 거래상대방이 미리 구체적으로 약정하였어야 하고 공공기관이 여러 거래업체들과의 계약에 적용하기 위하여 거래업체가 일정한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장래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 등의 제제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특수조건 등의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하였다고 하더라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계약상대방에게 그 중요 내용을 미리 설명하여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건의 경우 계약문서인 청렴계약 및 공정거래 이행각서에서는 “경쟁입찰에서 담합 등 공정한 입찰질서 및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에는 피고의 입찰참가자격의 취소, 낙찰취소,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및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등의 조치를 감수할 것이며, 피고의 조치와 관련하여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 등에 의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의 공급자관리지침의 규정 내용이나 10년의 거래제한조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면서 이와 같은 이행각서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자신의 공급자관리지침 중 등록취소 및 그에 따른 일정 기간의 거래제한 조치에 관한 규정들을 설명하여 원고와의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면서 이 사건 거래제한조치는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4. 본 판결의 의의

가. 공공기관의 제재가 행정처분인지 여부에 대한 기준 제시

공공기관이 계약상대자에게 하는 부정당업자제재에 대하여 이를 다투는 계약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위 제재가 행정처분이므로 그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계약상에 따른 제재에 해당하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지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제재에 대하여 행정처분인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를 구하는 동시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공공기관의 제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즉 공공기관의 제재가 행정처분인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계약상대자의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소송을 진행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공공기관의 제재에 있어 행정처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바, 약관법에서 정하고 있는 설명의무를 차용하여 중요 내용을 미리 설명하여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행정처분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다만, 계약내용에 편입되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계약체결내용 및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앞서 살펴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나. 행정소송 대상의 확대

행정소송의 경우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절차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본안 소제기와 동시에 집행정지신청을 하는 경우 통상 2주 내에 집행정지가부 결정이 있기 때문에 계약상대자의 입장에서는 본안소송 기간 동안 제재의 효력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행정소송의 경우 제재의 실질적인 위법 뿐만 아니라 그 절차적인 위법 내지 제재의 과중여부까지도 다툴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 별도의 제재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본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판단을 게 되므로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본 판결에서 제재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이상 이는 계약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행정처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행정소송의 대상이 넓어졌다는 점에도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 행정처분의 무효

대법원은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로 되려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행정처분이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본 건의 경우 대법원이 구체적 약정이 존재하지 않고 공공기관의 내규에만 근거하여 한 제재에 대하여 공공기관운영법에 반하는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하면서 무효로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도과하는 등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하더라도 무효라는 점을 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이를 근거로 충분히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