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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공사계약] 턴키계약방식 공사에서 시공사의 책임
등록일 2021 .09 .10


[공사계약] 턴키계약방식 공사에서 시공사의 책임

-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0590판결



도종호 변호사




1. 기초적인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들간 턴키 계약 체결 및 계약의 내용

피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포스코건설(이하 '피고 포스코건설'이라고만 합니다)을 대표사로 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동강살리기 사업 30공구(구미지구) 시설공사(이하 ' 이 사건 공사'라고만 합니다)에 관한 입찰에 참가하여 실시설계적격자로 결정되었고, 2009. 10.경 발주자인 원고 대한민국과 사이에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이 되는 일괄입찰안내서, 공사계약특별조건 등에 의하면, 입찰안내서 등에 제시된 내용은 최소한의 요구조건으로서 피고들은 그 이상의 성능 및 재질과 공법으로 설계, 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계약 체결 이후에도 원고 또는 관련 전문가가 시설물 기능 유지상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들이 이를 설계에 반영하여 시공하여야 합니다.

한편 설계도서가 입찰 당시 적격으로 판정되었던 경우에도 피고들의 설계도서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며, 설계심의 또는 계약체결 이후라도 설계상 하자가 발견된 경우 피고들의 부담으로 이를 보완하도록 하고 있고, 피고들은 준공 전 모든 시설물에 대해 시운전 및 성능보증시험을 통하여 충분한 성능보증 및 검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이 사건 공사에서 설계시공사항에 대한 지적

이 사건 공사는 낙동강의 지류인 감천에 하상유지공 1식(이하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라고만 합니다)을 설계ㆍ시공하는 공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원고대한민국은 2010. 11.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자문위원회는 피고들이 수립한 실시설계에 관하여 설치위치 재검토, 시설의 소류력(유수가 하상물질을 움직이는 힘) 검토 등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2010. 12.경 위 지적에 대한 조치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실시설계시 면밀한 위치검토를 통해 계획하였으며 지류의 하상보호를 위한 가장 적절한 위치로 판단된다”, “100년 빈도 홍수시를 적용하여 보았을 때 최대 유속은 5.6m/s, 최대 소류력은 16.5㎏/㎡인데,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재료인 목재방틀은 자연형 하천공법의 재해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 및 하천공사설계실무요령에 의하면 허용유속이 7m/s, 허용소류력이 150㎏/㎡이어서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하였습니다.

다. 원고의 지적에 대한 조치 및 피해 발생

위와 같은 피고들의 조치계획을 보고받은 자문위원회는 2011. 2.경 또다시 피고들에게 소류력 분포에 대한 재평가, 하상유지공의 상류 또는 하류의 세굴에 대비한 세심한 설계, 최악의 수리조건을 염두에 둔 예상유속과 한계유속을 비교한 안정성에 대한 재검토, 지류하천 합류부 하상재료의 구성에 따른 허용소류력과 하상유지공의 하류하도구간의 소류력을 계산하여 비교검토하고, 전자가 후자보다 크거나 같도록 설계하여야 한다는 등의 지적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피고들은 2012. 6.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시공을 포함해 이 사건 공사의 준공을 마쳤는데, 2012. 9. 17.경 태풍 산바가 남해안에 상륙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설치된 지역을 통과하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하상유지공 전체 264m 중 184m가 유실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유실과 관련하여, 피고 포스코건설은 태풍이 지나간 직후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피해원인에 대해 '태풍 관련 집중호우로 인해 이 사건 하상유지공 지점의 소류력이 최소 77.84㎏/㎡에서 최대 109.37㎏/㎡로 증가하여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인 50㎏/㎡를 초과하였고 유속 역시 허용치를 초과하였기 때문에 유실이 발생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검토의견을 밝혔습니다.

라. 유실의 원인 및 이에 대한 법원의 감정내용

감천 수해복구 과정에서 2013. 12.경 있었던 안정성 검토 결과,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설치된 지점에서 약 8.0m/s의 유속 등이 측정되어 기존 설치지점으로부터 500m 상류지점에 설치하는 것이 수리적ㆍ구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새로운 하상유지공이 위와 같은 500m 상류지점에 설치되었고, 콘크리트 공법이 혼합된 공법이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구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하천공사설계실무요령에는 통나무방틀로 이루어진 호안의 경우 소류력 범위가 '150㎏/㎡ 이하'라고 되어 있고, 별표 부분에서는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50㎏/㎡'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실수로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150㎏/㎡라고 답변하였던 것이고, 실제로는 허용소류력 50㎏/㎡를 적용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원심 감정인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유실 원인은 소류력의 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설치 위치가 감천하구부에 치우쳤으며 설치 심도도 얕고 말뚝 설치 등을 하지 않아 견고성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2. 원심 판결의 내용-원고 청구 기각

이에 원고 대한민국은 피고들이 설계, 시공상 잘못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금액 약 51억원)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은 원고 대한민국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으나, 항소심(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여 원고 대한민국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심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하천관리의 특성, 즉 실험에 의한 예측이 곤란하여 과거의 홍수 경험을 토대로 하천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가 도급인으로서 하천관리를 위해 수급인에게 하천시설 공사를 맡긴 경우 과거의 홍수 경험을 기초로 도급인이 제시한 하천관리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설계ㆍ시공이 이루어진 사실이 증명될 때에 하자를 인정할 수 있고, 하천관리기준에 부합하게 설계ㆍ시공이 이루어졌으나 그 관리기준을 벗어나는 홍수 등이 발생하여 목적물에 손상이 발생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관하여 설계ㆍ시공상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이 있어야만 하자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들이 설계, 시공한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원고가 제시한 설계기준에 따라 설계가 이루어졌고 시공에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설계기준인 100년 빈도를 훨씬 넘어서는 20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하상유지공에 설계ㆍ시공상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특히 원심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치 지점이 적절하지 않았고 설치심도 등 그 견고성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원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에 대해, 견고성이 충분치 않다고 볼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못하였고, 피고들이 제출한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와 배치되는 면이 있으며, 감정인이 속한 회사가 과거 원고 대한민국으로부터 소류력 검토 의뢰를 받았던 업체로 보인다는 이유 등을 들어 그 신빙성을 배척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 대한민국의 상고를 인용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피고들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있어 원고가 의욕한 안정성 등을 갖추도록 보장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그러한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로 이 사건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이 사건 도급계약은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것으로 피고들로서는 원고가 의욕하는 공사 목적물의 안전성을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자문위원회가 2차례에 걸쳐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관해 안정성의 문제에 관한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지적하였음에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 외에 구체적인 검토나 실질적 조치를 취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들의 주장이나 설명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실시설계 당시 자문위원회로부터 소류력에 대한 검토를 요구받고 밝힌 150㎏/㎡의 허용소류력이 아닌, 그에 훨씬 못 미치는 50㎏/㎡의 허용소류력을 갖춘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하였다는 것인바, 만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150㎏/㎡의 허용소류력을 갖추었다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설치지점의 소류력이 최대 109.37㎏/㎡까지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유실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준공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유실되었고 한편 설치위치 및 수리적 안정성에 대한 재검토 후 새로 설계, 시공된 하상유지공은 콘크리트 공법이 혼합된 공법으로 본래 위치보다 500m 상류지점에 설치되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이와 달리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이라 하더라도 하천관리에 관한 내용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이 부담하는 의무 및 계약 목적물의 하자 유무, 입증책임이 달라진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단에는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에 있어 수급인의 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의 감정결과 배척에 대하여도 대법원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본소), 2006다67619(반소) 판결 등 참조]”라는 법리를 전제로, 민사소송법 제333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감정제도의 취지와 목적, 당사자가 제출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사정이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원심은 원고의 감정 신청을 채택하면서 감정인등 선정과 감정료 산정기준 등에 관한 예규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한국하천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하여 복수의 감정인 후보자를 추천받은 후 그 중 원ㆍ피고 쌍방이 동의하는 소외인을 감정인으로 지정하고, 민사소송규칙 제101조에 따라 원ㆍ피고 쌍방의 의견을 모두 들어 감정사항을 정한 것인 점 등을 근거로 원심이 감정결과에 대하여 공정성과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단정한 것은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위 판결의 의의

위 판결은 이른바 턴키계약에 있어서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수급인의 의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입니다. 즉 대법원은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턴키계약)이 성립하였던 이상 수급인은 원고가 의욕한 성능을 보장하고 그 목적을 이루게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턴키계약의 경우 하자나 불완전이행에 대한 증명책임은 발주자가 아니라 수급인인 시공사에 있다고 판단하여 시공사에게 좀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턴키계약시에는 시공사는 일반적인 공사도급계약에 비하여 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원심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배척하였는데,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였는바, 다시 한 번 감정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